전북 현대가 호성적을 거두는 중심에 거스 포옛 감독(우루과이)의 확고한 철학이 있다. 공격수든 수비수든, 포지션을 막론하고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팀 퍼스트’ 정신이 선수단 전체에 녹아들고 있다. 단순한 수비 축구가 아닌, 팀 전체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전술은 올 시즌 전북의 가장 큰 특징이다.
올 시즌 전북은 K리그1 1위(13승6무2패·승점 45)를 달리고 있고, 코리아컵은 준결승에 올랐다. 2일 FC서울과 코리아컵 8강전 원정경기(1-0 승)까지 20경기 연속 무패(16승4무)를 달성했다. 지난 시즌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졌던 팀이 어느새 우승을 노리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공격수 송민규는 포옛 감독의 철학을 충실히 따라가고 있다. 그는 “감독님께서 ‘너희가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네이마르가 아니라면 수비를 하라’고 하신다”며 웃었다. 이어 “수비수 네다섯 명을 제칠 수 없다면 수비부터 하라는 말씀이신데, 그게 팀의 철학이자 지금의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포옛 감독의 지시 아래 송민규를 비롯해 다른 공격수들까지도 수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팀 색깔이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
실제로 송민규는 2일 FC서울과 코리아컵 8강 원정경기에서 왼쪽 윙어로 나섰음에도 수비지역까지 내려가 상대 공격을 저지했다. 그리고 후반 42분 결승골까지 터트리며 팀을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포옛표 수비축구는 왕성한 활동량이 필요하기에 강한 체력이 요구된다. 이를 대비해 포옛 감독은 시즌 전부터 지금까지 철저한 체력 훈련을 강조한다. 송민규는 “동계전지훈련에 정말 너무 많이 뛰어 힘들었다”며 “지금도 다르지 않다. 시즌 중에도 주 2회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포옛 감독의 또 다른 키워드는 ‘원팀’이다. 선발로 뛰는 선수들뿐 아니라 교체 자원도 살뜰히 챙긴다. 포옛 감독은 서울전에서 평소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한 골키퍼 김정훈, 수비수 연제운, 공격수 이승우 등을 선발로 과감히 투입했다. 포옛 감독은 “오늘은 기쁜 날이다. 평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한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밟게 돼 내가 다 기쁘다. 좋은 팀이 되려면 선발과 후보 모두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운영 철학을 밝혔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사등록시간: 2025-07-03 15:08: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