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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창을 하던 고등학생이 댄스 가수에서 트로트 가수가 되기까지…. 가수 최예진이 19일 오후 더팩트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권혁기 기자] 최예진(37)은 맛깔나는 트로트 가수다. 하지만 그가 처음부터 트로트가수였던 것은 아니다. '창(唱)'부터 시작해 댄스 가수로 데뷔했으며, 배우로 연기도 했다.
다양한 경험을 한 게 가수활동에 큰 도움을 줬다는 최예진을 지난 19일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1로 <더팩트>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지난 2003년 '여우'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 다시 '예진'으로, 이후 '예원'에서 본명인 최예진으로 바꾼 이유부터 물었다.
"여우 때는 배우로서 활동을 했어요. 여배우라서 여우요.(웃음) 그러다 최예진이란 이름이 강하다고 해서 예진으로 활동했다가 작명소를 갔더니 최예원이라고 해서 다시 바꿨죠. 이제는 최예진으로 나가야 대성한다고 해서 돌아왔습니다."
-댄스 가수, 배우, 트로트 가수, 다양한 활동을 했는데 원래 꿈이 뭐였나?
원래는 영화배우가 꿈이었어요. 노래는 잘한다고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가수를 하라고 권유해주시더라고요. 어렸을 때 '신동'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어요. 트로트 가수를 하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굉장히 싫어했죠. 어린데 창피한, 그런 마음 있잖아요. 한편으로는 '내가 그렇게 부족한가?'라는 생각도 했죠. 댄스 가수 활동 때도 작곡가분들이 "너는 트로트를 해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타고난 '뽕필(feel)'이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모든 노래를 뽕처럼 부른다나요? 그때는 듣기 싫어 신인 때는 2년간 '뽕필' 없애는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죠. 유명 팝송만 계속 따라 부르는거죠. 그런데 참 이상한게, 회식자리나 노래방을 가면 자꾸 트로트를 부르고 있더라고요.(웃음) 아이돌 때도 트로트만 불렀는데, 아무래도 저한테 트로트가 편했나봐요.
-당시 불렀던 18번이 무엇인지?
이미자 선생님의 '섬마을 선생님'과 '동백아가씨'를 주로 불렀고요 주현미 선생님 노래도 많이 불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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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예진은 현재 트로트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임영무 기자 |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다보면 지방 출장이 많지 않나? 반응이 어떤지 궁금하다.
주로 행사가 다 지방이죠. 하나로마트 개장식도 가고, 거제도 해수욕장 축제도 가보고요. 연세 있으신 분들 행사가 많은데 꼭 팁을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쌈지에 넣고 다니셨을 돈일텐데 만원씩 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한 번은 다 모아보니 10만원이 넘더라고요. 노래를 부를 때 정말 행복감을 많이 느껴요. 행복하죠. 짜릿함이 있는 것 같아요. 노래를 다 부르고 무대에서 내려오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해요. 어느날 한 어르신이 현수막을 제작해서 들고 계시더라고요. 그럼 PD님들이 카메라로 잡아주세요. 그럴 때는 깜짝 놀라고 눈물이 나죠. 언젠가 티셔츠에 '예진, 사랑의 DNA'라고 프린트된 옷을 입고 계신 분도 봤어요. 구하기 어려웠을 제 CD를 들고와서 싸인해달라고 하시는 분도 계셨죠.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다면?
아무래도 '뮤직뱅크'와 '음악중심' 무대에 섰을 때였어요. 당시에는 트로트로 서기 힘든 무대였으니까요. 사실 장윤정 씨보다 제가 먼저 '뮤직뱅크' 무대에 서고 그랬죠.(웃음) 다른 때보다 긴장이 어마어마했죠. 생방송이기도 했고, 아이돌만 있는 대기실도 그랬어요. 가수 비와 다 같이 있었는데,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전율이 일어나더라고요. 그때는 일부러 백댄서로 10명씩 세우고 그랬어요.(웃음)
-댄스 가수 출신인데도 그랬다니 남다르게 들린다. 지금도 댄스가 가능한가?
지금은 트로트가 너무너무 편하고요, 댄스는 힘들 것 같아요. 웨이브가 안돼요.(웃음) 그래도 댄스 활동이 큰 도움이 되죠. 군부대 행사에 가면 군인들 기운을 받아 나올 때가 있어요.(웃음)
-아이돌과 있으면 선배일테지만, 트로트 가수들 사이에 서면 연차가 상당히 낮아질 것 같다.
그렇죠. 워낙 대 선배님들이 많아서요. 저는 아직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항상 먼저 인사드리려고 하고요. 그럼 선배님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 등에 가면 제가 항상 막내죠.
-취미가 시조창과 민요라고 알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장기자랑에서 노래를 했는데 선생님이 "'창'을 해보는 게 어떻겠니?"라고 권유하셨어요. 그래서 판소리를 배웠는데 목소리가 판소리는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인간문화재이신 정인경 선생님께 데려가주셨어요. 정인경 선생님 말씀으로는 '1만명에 1명 나올까 말까한 옥구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1997년도에 청소년 국악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고, 이듬해 전국 청소년 국악대회에서 문화체육부 장관상과, 전체 대상을 받았어요. 하지만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에 끝까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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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최예진은 가수로서, 누군가 행복해할 수 있는 가수, 음색이 변하지 않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임영무 기자 |
-어릴 때부터 끼가 많았는데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창을 한다고 했을 때는 어머니 아버지의 권유가 있었지만, 연예인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있으셨어요. 부모님은 "창을 배워 교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끼는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초등학교 때부터 드라마를 보면서 연기자의 꿈을 키웠으니까요. 혼자 대사도 외워서 연기하고 그랬어요. 주변에서 '미쳤냐'는 소리까지 들었죠. 열 아홉이 되던 해에 서울 홍대에서 악극(홍도야 우지마라) 오디션을 봤어요. 장기간 공연이었는데,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주인공이 됐죠.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었던 계기가 있다면?
사실 아버지 원래 꿈이 가수셨어요. 할아버지 반대가 심하셔서 못했다고 하시더라고요. 할아버지가 국악을 하셨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죠. 주변에서 제가 그 피를 물려받았다고들 하세요. 가수가 된지 9년째인데, 아버지께서 모든 기사를 스크랩해주시고 방송도 녹화해 주셨어요. 댓글도 달아주시고요.(웃음) 인정을 해주신거죠. 어머니는 선생님이 대신 설득해주셨어요. '예진이는 연예인 안 시키면 안된다'고 설득하셨죠. 그 때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는데, 제가 남원에서 춘향이 미인대회에 출전하고 싶다고 했더니 아버지께서 부산에서 남원까지 직접 지원서를 들고 가 접수도 해주셨어요. 그런데 카메라에 제가 너무 예쁘지 않게 나왔어요. 주변에서도 '딸 화면빨이 안 받는다'고 하셨죠. 그랬더니 아버지가 포기하라고 하셨어요. '연예인은 카메라빨 못 받으면 안된다'고요. 그래서 아버지가 방송국 지인을 통해 카메라 테스트를 받아보라고 하셔서 갔는데 지인 분이 '정말 예쁘다'고 해주셨죠. 그래서 연예인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영화에 출연했을 때는 아버지가 촬영감독님한테 한약도 지어다 주고 하셨어요. 덕분에 여러 각도에서 촬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가수로서 포부가 있다면 들려달라.
이제는 정말 잠깐 나왔다가 들어가는 가수가 아니라 대중의 기억에 남을 수 있고, 제 노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해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음색이 변하지 않는 가수가 목표죠. 노래 못하는 가수는 없는 것 같아요. 기교는 다 똑같지만 음색이 좋으면 노래도 듣기 좋은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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