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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은 지난달 17일 서초동 한 주점 건물에 있는 공용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강남역 묻지마' 사건 피의자 김 모 씨는 조현병이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 김모 씨가 같은 달 2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사건장소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30대 정 모 씨는 최근 골목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가능한 눈이 마주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아이와 함께 거리를 걷다가도 혹시나 누가 해를 끼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그는 "골목을 걸어갈 때면 항상 주위를 둘러본다. 또 누가 앞에서 걸어오면 가능한 눈은 마주치지 않고 빠르게 피해 가는 습관이 생겼다. 요즘 뉴스를 통해 묻지마 범죄 사건을 접하면서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살인사건 등이 최근 묻지마 살인 사건의 대표적인 사례다. 또 부산에서는 대낮 묻지마 각목 폭행, 서울 성동구 폭행사건, 지하철 안 묻지마 난동 등 자고 일어나기가 무서울 정도로 횡행하고 있다.
특히 피의자 대부분이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묻지마 범죄의 가장 큰 특징이다.
경찰도 시민들이 묻지마 범죄에 두려움을 나타내자 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은 지난달 23일 정신질환자를 72시간 동안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 제도 적극 활용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경찰관이 의사에게 정신질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요구할 수 있게 된 만큼 보다 주도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대책도 피의자들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일반 국민이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를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며 범죄의 특성상 언제 어떻게 자신을 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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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락산 살인사건 피의자 김학봉(61)은 지난 3일 현장검증 전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김학봉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했다. 김 씨 역시 조현병을 앓은 병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DB |
20대 직장인 김 씨는 "누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냥 불안하다. 낮이고 밤이고 혼자 다니다 무슨 일을 당할까 걱정이다. 사람을 믿을 수가 없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문제는 일반 국민과 법원의 판결에서도 엇갈린다. 국민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에게 중형 선고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조현병을 앓던 40대 김 모 씨는 친부를 살해했다. 대구고법은 징역 7년 형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여러 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죄질이 나쁘고 윤리적으로 용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조현병으로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을 내릴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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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병 혹은 정신질환 범죄의 경우 '심신미약'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법률사무소 '제하'의 전세준 대표변호사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는 어린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보는 경우"라고 말했다. /더팩트 DB |
조현병 혹은 정신질환 범죄의 경우 '심신미약'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 법률사무소 '제하'의 전세준 대표변호사는 "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는 어린이가 아무것도 모르고 하는 행동과 비슷하다고 보는 경우"라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정신질환이 있는 피의자의 경우 검사를 받는다. 아주 심각한 경우는 검찰이 입관해서 직접 검사를 보기도 한다"면서 "검사에서 정신질환으로 나오면 '환자'로 본다.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엄하게 벌하지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피의자는 일반인과 달리 본다. 이런 이유로 형량이 줄어들거나 치료감호 형을 내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찰의 대책과 관련해서도 "조현병은 초기부터 중증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지금 대책이라는 것이 멀쩡한 사람까지 잠재적 범죄자로 규정할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엉뚱한 생각이지만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10만4000여 명으로, 대표적 증상은 '망상·환각·충동장애'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각' 등의 증상을 보이며,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은 환자는 흔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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