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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 국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감염 확산이 지속되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영무 기자 |
열나고 기침하면 지레 메르스 걱정
서울 강남구 압구정 모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조모(24·여) 씨는 지난주 불안한 마음에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발열, 구토, 설사가 잇따르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의 마음은 불안감을 넘어 공포 수준에 달했다.
'혹시 내가 메르스 감염자?'
최근 조 씨처럼 메르스 유사 증상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메르스에 감염되면 어쩌지?'라는 단순한 걱정을 넘어 '왠지 열이 나는 것 같아' '저 사람 의심되니 피해야 해' '기침이 갑자기 심해졌는데 어쩌지' 등 걱정에 상상력을 덧대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는 '상상 메르스'라는 말이 나돌 정도다.
조 씨는 몸이 점점 아파지자 더 심한 고민에 빠졌다. '진짜 메르스에 감염됐을 것 같다'는 의심과 '그럴 리 없다'는 확신이 양가감정을 이뤘기 때문이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조 씨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밤새 끙끙 앓았다. 아침이 밝아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자, 결국 회사에 병가를 내고 강남 소재의 모 내과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감기몸살과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안심했고, 이후 처방받은 약을 먹고 회복했다.
조 씨는 메르스 감염을 의심해볼 정도로 증세가 심했다고 한다. 조 씨는 "감기몸살 기운 있었고, 기침이 심했다. 불안해서 가족과 접촉을 피할 정도였다. 체온이 37.5도까지 오르는 등 메르스 증상과 굉장히 유사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은 조 씨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불안을 겪은 사람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1일 가산동에서 만난 직장인 박 모(34) 씨는 "최근 메르스 사태가 워낙 심각하지 않느냐. '나 메르스인가?'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며 "친구들에게 장난식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진짜로 메르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 메르스'란 단어를 언급하자 허허 웃으며 "충분히 공감한다. 물론 그 불안의 수준이 심각하면 본인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라며 "다만 상상이든 뭐든 의심을 거듭해 좀 더 조심할 수 있다면 좋은 거 아니겠냐"라고 강조했다.
연령대가 높아져도 불안한 마음을 비슷했다. 김 모(60대) 씨는 "메르스에 감염될 것만 같아서 하루에도 손을 몇 번 씻는지 모르겠다"라며 "기침을 하는 사람과 접촉 후 괜히 기침이 나오면 순간적으로 '메르스인가?'라는 생각을 한다"고 불안감을 보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 다른 김 모(60대) 씨는 "솔직히 나보다 자식들이 더 걱정된다. 메르스 관련 증상이 없어도 수시로 확인하게 된다"며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면 되느냐. 메르스 감염되겠다"라고 말했다. 농담조로 말했지만, 질문이 이어지자 "어디서 어떻게 감염될지 모른다"며 자리를 피했다.
사람들의 이 같은 '상상 메르스'와 관련해 한 내과전문의는 "감기 증상을 겪고 메르스라고 생각할 수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만약 메르스에 감염된다면 자신이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을 정도의 발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가벼운 증상이라고 스스로 판단된다면 크게 불안해할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걱정과 공포는 금물"이라는 보건 당국의 발표가 있었음에도 사람들은 왜 이렇게 불안해할까. 여기에 대한 답은 메르스 관련 수치가 말해준다.
현재(11일 오후 7시 기준)까지 발생한 메르스 감염자 수는 122명으로 하루 새 14명이 늘었다. 감염의심자(2919명) 역시 전일 대비 450명이 추가됐고, 격리자(3805명) 또한 366명이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매일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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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 활동 해달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10일 "일상 활동을 정상적으로 해 주길 바란다"며 "메르스 발생 지역에 대한 소비기피 등 근거 없이 과도한 행동을 자제하고 주말여행이나 일상적인 경제활동은 평상시처럼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새롬 기자 |
정부는 사람들의 과도한 불안 심리가 소비위축을 부른다고 밝혔다. 더불어 서민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정부의 우려에 박 씨는 "그렇다면 무엇이든 보여달라"고 말했다. 그는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 공감한다. 하지만 '종식' '종식' 말뿐이지 실제로 매일 확산되는 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 불안하지 말라고 하면 그럴 사람이 어디 있는가. 앞뒤가 안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상력까지 동원하면서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오히려 모든 일을 '쉬쉬'하는 정부의 태도를 탓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불안의 늪에 빠져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되면 또다른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와 보건 당국, 전문가들의 말이 무색하게도 이날 만난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입을 모았다. 되려 불안을 떨칠 수 있을 만큼의 신뢰를 정부와 보건 당국이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소비위축'으로 인한 경제 악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의 미숙한 초기 대처로 발생한 '불안'과 '공포'라는 짐을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부의 방침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무게를 얻고 있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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