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친구엄마와 학교 행사 준비로 시장에 가야해서 큰애를 두고 집에서 나왔다.
압구정동에 있는 학원에 가는 셔틀을 타야 하는데 내가 전화를 해 주겠다고 했다.
그러다가 차에서 친구엄마랑 수다를 떨다가 깜박 그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얼른 집으로 전화를 걸어 학원셔틀을 놓쳤으니 버스를 타고 가라고 일러 주었다.
근데 문제는.. 아이가 학원에서 집으로 버스를 타고 온 적은 있어도
집에서 타고 가 본 적은 없는 거였다.
하지만 난... 바보같이, 10살난 아들 녀석을 너무 믿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서 20분쯤 지나 학원에 전화를 해 보니 아이가 안 왔다는 것이었다.
충분히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큰애는 핸드폰이 없었다...연락이 되질 않았다....
그로부터 약 몇분후 전화가 2번 왔다가 받으니 끊어졌다...
되걸어 보니 공중전화였다.
난 그때부터 손이 떨리고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마침 일찍들어오는 남편의 발길을 돌려 압구정동으로 향하게 하고 서둘러 마트에서 나왔다.
면목동에서 압구정까지 가는 동안 손이 후들거렸다.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기도하고....
불안했다.
분명 아이가 전화를 걸었으리라 짐작되는 곳은 도산 사거리인근..
학원 선생님들과 아빠와 경찰까지 나와서 일대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는 찾을 수 없었다.
인근 파출소에 미아신고를 하면서 다시는 아이의 얼굴을 못보게 될까... 별별생각이 다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리를 추스려 압구정일대를 헤매고 다녔다.
날은 어두워져 밤이 되어갔다.
아이야... 무사히 정신차리고 있어다오...
엄마가 미안해...
그러다가 7시 10분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
아이였다...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큰소리로 울고 말았다.. 무사했구나....
감사합니다....
그날 아이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학원을 지나쳐 내렸다.
압구정역에서 내려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가 CGV를 발견하고는
그 뒷길을 따라서 차를 타고 영화를 보러 온 기억을 되살려 갔다고 했다.
그러나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잘 찾을리 만무했다.
가다보니 삼원가든이 나오고 도산 사거리 까지가서 전화를 했다.
돈을 안 가지고 나와서 긴급통화를 눌렀지만 연결이 안 되었던 것이다.
잠시 기다리니 집근처인 응봉삼거리 가는 버스가 오고 집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에 그걸 탔단다.
그 버스는 도곡동까지 1시간 반을 돌고돌아서야 집앞으로 도착했다....
집으로 와서 아이를 부둥켜 안고 엉엉 울었다.
요즘 부쩍 아이를 많이 혼내고 야단쳤는데 모든게 미안했다.
긴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얼마나 불안했을까...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욕심이 생기고 바라는게 많아진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무엇보다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건데..
알면서도 곁에 있을 땐 지나치기 쉽다.
아이를 하마터면 잃어버릴 뻔 하니 이 소중한 진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승현아, 사랑해..
지금 네가 엄마 곁에 있어서 엄마는 행복하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