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구스또 델 씨뇨레
흰옷은 한민족의 옷이다. 1894년부터 네 차례나 조선을 다녀간 영국 여행가·지리학자인 이사벨라 비숍은 공들여 빨래한 눈부시게 하얀 옷을 입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특기했다. 육당 최남선(崔南善)도 우리 민족의 백의 숭상이 부여에서 시작돼 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흰 바지는 어떤 색깔의 옷과도 잘 어울린다. 특히 여름에는 보기에 시원할 뿐 아니라 입고 다니기에도 멋스럽다. 그런데 대한민국 남자들이 흰 바지 입기를 불편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괜한 주목을 끌까 가슴이 콩닥거리는 모양이다.
눈부시게 하얀 바지가 불편하다면, 우유 빛깔이나 '오프화이트(off white)'라 부르는 밝은 베이지색부터 시도해보자. 오빠와 아저씨를 가르는 근본적 차이는 핏. 허리에 잘 맞고, 바지통이 너무 크지 않아서 다리 라인이 잘 드러나고, 바지가 너무 길지 않아서 구두가 보일 정도가 돼야 한다.
소재는 도톰한 편이 점잖아 보이고 속옷도 비치지 않는다. 데님이 안전하다. 두툼한 면바지인 치노(chino)도 괜찮다. 마(리넨)나 시어서커(자글자글 주름진 것처럼 보이는 원단) 같은 시원한 여름 소재라면 더할 나위 없다. 무늬 없는 흰색이나 중간 이상 밝기의 회색 속옷을 택하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안전하다.
이제 흰 바지를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면 된다. 청량감을 주고 싶을 땐 푸른 계열로, 강렬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면 원색의 어떤 컬러든 좋으니 흰 바지와 매칭해 입어보자. 감청색 재킷은 흰 바지의 화려함을 건전하고 단정하게 잡아준다. 감청색 넥타이도 같은 효과를 낸다. 화려한 색상의 재킷에 감청색 넥타이를 매주면 멋스럽다.
흰색 바지는 관리가 번거로운 편이다. 하지만 몸가짐을 조심하고 더 자주 빨래하게 되니, 결과적으로 깔끔한 '오빠'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
[이헌 패션칼럼니스트]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3&sid2=376&oid=023&aid=0003186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