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밟은 얘기(실화)
요즘 유머에 똥 얘기가 부쩍 많이 떠서 옛날 기억을 더듬게 하는군요
때는 30여년전 시골이나 도시 변두리에 살아본 사람들은 아마 호박구덩이를 기억하실겁니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길에 조무래기들이 모여 들판을 싸돌아 다니다가 집에 가곤 했죠
그 시절엔 집에 가도 부모님도 안계시고 동네 조무라기들만 바글바글 했죠
평소처럼 나즈막한 야산에서 전쟁놀이를 하다가 적군에게 쫒겨 산등성이로 후퇴를 하던중
아니 지뢰(?)를 밟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때는 구덩이를 파고 똥물을 채워놓고 흙으로 덮고 그안에 호박씨를 심어 놓는걸 예사롭게
했었으니 판 사람을 욕하기 전에 조심을 했어야 하는데...보통은 고깔모자를 씌워놓기는 했는데,
물컹한 구덩이에 한발이 빠져 운동화까지 벗겨 졌으니 이것참 야단났네...
요즘 애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그때는 운동화 한번 사면 삼년은 신어야 한다고 발보다 한참
큰 신발을 사줬으므로 벗겨 질 수 밖에 없었죠.
그렇다고 운동화를 버리고 갔다가는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질거고, 아군도 적군도
냄새를 피해 산을 내려가고 혼자 남은 나는 막대기 하나 주워 똥구덩이를 휘저으며
운동화 낚시를 했습니다.
한참을 휘저어도 걸죽한 그 액체는 운동화를 내놓치는 않고 빠진 발만 가려워 지는게 아니겠어요.
엄마의 무서운 얼굴과 친구들의 놀림 역겨운 냄새 상상 할 수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나를 괴롭히고 결국은 최선의 선택은 손으로 구덩이에서 운동화를 구출했지요
아~~ 울고싶지만, 아니 울면서 내려갔는지도 모르죠
지금도 그때의 일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그후 30년이 지난 나의 왼발은 무좀이 사라지고, 며칠을 씻지 않더라도 내코는
발냄새를 맡을 수 없는 불치병에 시달리게 됐답니다.
이런 기억이 지금은 소중한 추억이지요. 여러분 빨리 잊으세요. 똥냄새만
아이 드러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