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취객이 자신을 구조하던 구급대원을 폭행한 사건이 전북 익산에서 또 발생했다. 이 지역에서는 지난달 1일에도 한 취객이 여성 구급대원을 폭행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고 관련 대책까지 내놨으나 이런 폭력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익산경찰서는 자신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하던 소방관에게 주먹을 휘두른 혐의(공무집행방해)로 권모(55)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지난 14일 오전 2시59분 익산시 영등동 한 사우나 앞에서 술에 취해 누워 있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가던 중 익산소방서 소속 최모(29) 소방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5∼6차례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권씨는 당시 구급차 안에서 물을 달라는 요구에 최 소방사가 곧바로 응하지 않자 갑자기 일어나 폭행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권씨를 현장에서 붙잡았으나 만취 정도가 심해 귀가시킨 뒤 이날 소환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구급대원 폭행 사건은 2015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총 564건에 이를 정도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가해자의 92%(2017년 기준)는 주취자였다. 이로 인해 피해 구급대원의 8%가량이 전치 3주 이상 부상한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청은 호신장구 사용 근거를 담은 소방기본법과 119 구조법 개정안 등이 국회를 통과하면 구급대원에 전기 충격봉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상녹화 기능과 조명 등이 달린 특수헬멧과 폭행 위협 등 위급 상황 시 버튼을 누르면 경찰과 함께 상황대응을 할 수 있는 버튼식 자동경보장치를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소방대원이나 구급대원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는 법 개정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