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지도부는 13일 청와대에서 6개월여 만에 만나 덕담을 주고받으며,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이날 회동은 오후 3시1분에 시작해 4시23분에 끝나 82분간 이어졌다.
오후 3시로 예정된 회동시간 4분여 전인 2시56분쯤 분홍색 재킷에 회색 바지를 입은 박 대통령은 본관 2층 접견실에 입장해 미리 기다리던 인사들과 한 명씩 악수를 한 뒤 각각 차례로 짧은 인사말을 주고받았다.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순으로 악수하고 환담했다. 악수 순서는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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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지도부와의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 대통령,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새누리당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더민주 변재일 , 새누리당 김광림,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박 대통령은 먼저 우 원내대표에게 “국회에서는 막 이렇게 싸우시는데 실제론 시인이시라고, 맞지요?”라며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이에 우 원내대표가 “연대 국문과를 나왔다”고 답하자, “정치도 좀 시적으로 하시면 어떻까 한다”며 말을 이었다. 또 “대변인을 여러 차례 하신 만큼 말씀을 굉장히 잘하신다”고 하자, 우 원내대표는 “잘하진 못하는데 정직하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우 원내대표는 학창시절 시인을 꿈꿨다. 6월항쟁 1년 전인 1986년에는 오월 문학상 시 부문 당선, 윤동주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박 원내대표에게는 “아유,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셨어요?, 세 번째로 원내대표 맡으신 거죠?”라고 인사를 건네자, 박 원내대표는 “3수 했습니다”고 넉살좋게 응대했다. 박 대통령은 “거의 달인같이 잘해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 일하는 국회로 국민들이 바라는 국회로 이끌어 가는 데 많이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과 얘기하는 내내 눈을 마주치며 경청했고, 박 대통령이 말을 마치자 허리 숙여 인사했다.
박 대통령은 더민주 변재일 정책위의장에 대해서는 “‘갈무리’라는 노래가 애창곡이라고 알고 있다”고 하자, 변 정책위의장은 “갈무리 잘하겠다”고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에게는 “진돗개를 사랑하신다고 들었다”고 했고, 김 정책위의장은 “오래전부터 그렇게 좋아했다”고 웃으며 답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에게는 “유재석씨 비슷하게 생기셨나요?”라고 묻자 김 정책위의장은 웃으며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답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유재석씨가 매끄럽게 진행을 잘하는데 정책을 이렇게 좀 잘 매끄럽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환담이 끝난 뒤 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기념 촬영을 했다. 현기환 정무수석의 제안으로 박 대통령은 우상호, 정진석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은 채 사진을 찍었다.
이우승 기자 wslee@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