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죽은채 누워있는 고라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로드킬 당한 담비 [연합뉴스 자료사진] 충북 작년 3천302건, 1년새 2배 증가…새끼 독립하는 봄철 집중
천적 사라진 고라니 급증 때문…"2차 사고 이어질까 두려워"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지난 10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삼거리 인근 2차로 갓길에 고라니 사체가 덩그러니 쓰러져 있었다.
다 자란 것으로 보이는 이 고라니는 전날 밤 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변을 당한 것이다.
이곳에서 불과 2㎞ 떨어진 옥산교 아래 도로에서도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민간업자에 의해 수습된다.
지난 1월부터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을 수습해온 민간업자 고모(63)씨는 "밤낮없이 사체 처리 요청이 들어온다"며 "요즘엔 하루 평균 5~6번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근 5개월동안 처리한 동물 사체만 450여 마리에 달한다"고 전했다.
차량 운행 도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충북 충주·보은 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는 총 3천302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9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었다.
로드킬 사고는 충북에서만 2012년 1천206건이었던 것이 2013년 1천435건, 2014년 1천714건으로 늘더니 지난해는 3천건을 넘어서며 1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태 통로나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는데도 로드킬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이유는 무었일까.
전문가들은 고라니 등 덩치 큰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은 고양이, 너구리, 토끼, 개, 꿩, 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60％ 이상은 고라니"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김백준 박사는 "정부조사에 따르면 1982년 ㎢당 1.8마리였던 고라니 서식 밀도가 2011년 7.3마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적이 사라지면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오른 고라니의 개체수가 급속히 불어났고, 서식처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로로 뛰어들어 로드킬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강희찬 야생생물관리협회 사무국장은 "자연 생태계에서 포식자가 사라지다 보니 고라니 개체수가 급증했다"며 "엽사들의 수렵만으로는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독 봄철에 로드킬이 많은 이유는 고라니의 생활 습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고라니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짝짓기하고 봄철(3∼4월)에 새끼를 낳는다. 이후 1년정도 어미 곁에서 자라난 새끼들이 4~5월께 독립해 독자적인 생활권 확보를 위해 활발하게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잠식당한 탓에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는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였던 산이 뚫려 새로운 도로가 나면서 로드킬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로드킬 사고는 단순히 야생동물을 숨지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다. 야생동물을 피하려다 연쇄 차량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청주에 사는 곽모(36)씨는 "갑자기 길가에서 툭 튀어나오는 고라니를 피하려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차량과 부딪힐뻔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도로에 출현한 고라니를 피하려다 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7일 오후 1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의 한 농로에서 차를 몰던 안모(38)씨는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려다 길가 2ｍ 아래 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불이 났다.
안씨가 신속하게 차에서 탈출, 가벼운 상처만 입었지만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로드킬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한다.
안전 유도로를 확충하고 야생동물 특성에 맞는 생태 통로를 뚫어 무모하게 도로로 뛰어드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로변 야산을 모두 봉쇄하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도나 지방도 인근에 안전유도 울타리나 생태 통로를 되도록 많이 설치하고,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지역을 안내해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천적 사라진 고라니 급증 때문…"2차 사고 이어질까 두려워"
(청주=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지난 10일 오전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삼거리 인근 2차로 갓길에 고라니 사체가 덩그러니 쓰러져 있었다.
다 자란 것으로 보이는 이 고라니는 전날 밤 도로를 건너려다 차에 치여 변을 당한 것이다.
이곳에서 불과 2㎞ 떨어진 옥산교 아래 도로에서도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도로에서 로드킬 당한 동물 사체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위탁받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민간업자에 의해 수습된다.
지난 1월부터 로드킬 당한 야생동물을 수습해온 민간업자 고모(63)씨는 "밤낮없이 사체 처리 요청이 들어온다"며 "요즘엔 하루 평균 5~6번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최근 5개월동안 처리한 동물 사체만 450여 마리에 달한다"고 전했다.
차량 운행 도중 야생동물의 갑작스러운 출현으로 발생하는 로드킬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11일 충북 충주·보은 국토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국도에서 발생한 로드킬 사고는 총 3천302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9마리의 야생동물이 로드킬로 목숨을 잃었다.
로드킬 사고는 충북에서만 2012년 1천206건이었던 것이 2013년 1천435건, 2014년 1천714건으로 늘더니 지난해는 3천건을 넘어서며 1년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나 지자체가 생태 통로나 유도 울타리를 설치하는데도 로드킬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이유는 무었일까.
전문가들은 고라니 등 덩치 큰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추측했다.
충주국토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은 고양이, 너구리, 토끼, 개, 꿩, 닭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60％ 이상은 고라니"라고 말했다.
국립생태원 김백준 박사는 "정부조사에 따르면 1982년 ㎢당 1.8마리였던 고라니 서식 밀도가 2011년 7.3마리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적이 사라지면서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오른 고라니의 개체수가 급속히 불어났고, 서식처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도로로 뛰어들어 로드킬 당하는 사례가 많다는 설명이다.
강희찬 야생생물관리협회 사무국장은 "자연 생태계에서 포식자가 사라지다 보니 고라니 개체수가 급증했다"며 "엽사들의 수렵만으로는 적정한 개체수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독 봄철에 로드킬이 많은 이유는 고라니의 생활 습성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고라니는 일반적으로 겨울철에 짝짓기하고 봄철(3∼4월)에 새끼를 낳는다. 이후 1년정도 어미 곁에서 자라난 새끼들이 4~5월께 독립해 독자적인 생활권 확보를 위해 활발하게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개발로 서식지가 잠식당한 탓에 도로에 뛰어들었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립생태원 우동걸 박사는 "야생동물의 이동 통로였던 산이 뚫려 새로운 도로가 나면서 로드킬 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로드킬 사고는 단순히 야생동물을 숨지게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운전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2차 사고가 날 수 있다. 야생동물을 피하려다 연쇄 차량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청주에 사는 곽모(36)씨는 "갑자기 길가에서 툭 튀어나오는 고라니를 피하려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차량과 부딪힐뻔한 적이 있다"며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라고 아찔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실제 도로에 출현한 고라니를 피하려다 사고가 난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7일 오후 1시 30분께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의 한 농로에서 차를 몰던 안모(38)씨는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를 피하려다 길가 2ｍ 아래 수로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승용차에 불이 났다.
안씨가 신속하게 차에서 탈출, 가벼운 상처만 입었지만 하마터면 생명을 잃을뻔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전문가들은 로드킬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한다.
안전 유도로를 확충하고 야생동물 특성에 맞는 생태 통로를 뚫어 무모하게 도로로 뛰어드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서문홍 연구사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도로변 야산을 모두 봉쇄하는 것인데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니 국도나 지방도 인근에 안전유도 울타리나 생태 통로를 되도록 많이 설치하고, 야생동물 출현이 잦은 지역을 안내해 운전자들이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