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에 빨대로 공기를 넣는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사는 생선에 빨대를 꽂다니, 처음 이 같은 내용을 전해 들었을 때 황당 그 자체였습니다. 게다가 꽂은 빨대를 통해 입으로 대구에 직접 공기를 넣고, 그렇게 하면 생선이 부풀어 오른다니 믿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생선이 어떻게 부풀어 오르는지, 부풀어 오른 생선은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지, 또 대체 왜 상인들이 생선을 그렇게 파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알기 위해서는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 대구를 뒤로 가져가는 상인들

부산에 도착해 가본 한 수산물 시장은 설 명절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장을 보러 나온 많은 손님들은 생선이 든 봉투를 들고 바쁜 걸음을 하고 있었는데요. 우선 대구 파는 곳을 찾은 뒤 사실 확인을 위해 기다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기다렸을까, 한 가게의 상인이 대구를 뒤로 가져가는 것이 목격됐습니다. 무엇을 하는 것일까? 호기심을 가지고 지켜봤습니다. 이 상인은 들고간 대구에 얼굴을 갖다 댔는데요. 몇 초가 흐른 뒤, 그 대구를 가판대에 가져다 놓는 것이었습니다. 손에 무엇인가 들고 있는 것 같았지만 멀리서 보고 있었기에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직접 상인 근처로 다가가 주변을 확인했습니다. 그 순간 상인 주변에서 빨대로 추정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하얗고 긴 물체, 흔히 저희가 음료를 먹기 위해 쓰는 도구였습니다. 아직 정확한 장면을 목격하진 못했지만, 이 가게에서 '대구 부풀리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확신이 점점 들었습니다.

더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같은 가게에서 상인이 또 상자에서 꺼낸 대구를 뒤로 가져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대구에 빨대를 꽂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던 건 빨대를 입으로 물기 위해서였습니다. 잠시 후 거짓말같이 대구가 부풀어 오르는 장면이 목격됐습니다. 부풀어 오르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초 정도였습니다. 한번 부풀려진 대구에서는 쉽사리 바람이 빠지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부풀어 오른 대구는 가판대에 올려졌습니다.

■ “사는 사람들이 보기에 좋잖아요”

이제는 대체 왜 그렇게 하는지 물어봐야 했습니다. 다시 시장 상인에게 다가가서 목격한 것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더니 이내 사실을 인정하고 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쪼글거리는 대구를 부풀리면 '보기에 좋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과도 같은데요. 가격을 속이거나 하진 않았다며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외형을 좋게 만들어 그것을 사는 소비자로 하여금 원래 크기에 대해서는 모르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종의 상술이라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다른 상인들에게도 물어봤습니다. 해당 시장에서 이와 같은 행위는 공공연한 일이었습니다. 상인들은 그리 놀라지도 않으면서 배가 납작하고 홀쭉하면 보기가 좋지 않기에 공기를 불어넣는다고 했습니다. 크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듯 했습니다.



■ 유해하지 않다구요? 하지만, 오래 보관한다면?

소비자들의 눈을 속여 대구를 부풀려 파는 장면은 확인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유해성은 없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대구 부풀리기'에 대해 문의를 하자 식약처 관계자도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생선의 중량을 속이지 않았고, 인체에 유해하지도 않다며, 행정처분 대상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인체 유해성과 관련된 질문에는 조심스러운 반응이었지만, 위생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해줬습니다. 빨대로 대구에 공기를 넣은 뒤, 바로 냉동하거나 끓여 먹으면 상관없지만, 오랫동안 가판대에 보관하게 될 경우, 공기를 넣은 사람이 질병이 있거나 빨대가 오염되면 감염 위험성이 커지거나 부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 식약처, ‘비위생적 관리와 눈속임’ 지도 나서

보도가 나가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전국 시도와 지방 식약청, 그리고 수협에 현장 지도 관리에 나서도록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는 '대구 부풀리기'와 같은 행위가 행정처분 대상은 아니지만, 비위생적인 관리와 소비자에 대한 눈속임이 없도록 관리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는데요.

위생문제와 상술 여부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실태에 대해 특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일부 상인들의 관념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지역의 시장 상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에 관해 물어보니 '20년 전에나 있던 일'이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짐작컨대 과거에도 이따금씩 행해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많이 개선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사람들이 먹는 식품은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과 위생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번 일을 계기로 '대구 부풀리기'와 같은 행태가 사라지길 기대해봅니다.

출처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