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 국방위가 30일 내놓은 특별제안이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갑자기 나왔다는 점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26일과 29일 동해상으로 전술유도탄과 전술로켓 시험발사를 한 북한이 돌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지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의 이번 제안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대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한 '명분쌓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는 북한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제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 아시안게임을 고리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면서 2월 고위급 접촉의 합의사항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남측 당국의 분위기를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아시안게임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연계해 남측에 공을 넘긴 것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이 내놓은 7·4 공동성명 42주년인 7월4일 0시부터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 인천 아시안게임 등 남북 간 교류·접촉 분위기 조성을 위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취소 등은 남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올해 초 '중대제안' 내용과 비슷하다. 북한은 1월16일 국방위 명의의 중대제안을 통해 2월 말부터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 등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면서 "1월30일부터 음력 설 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 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것을 남조선 당국에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당시 국방부는 "연례적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올해 초 밝힌 중대제안의 연장선상에서 남북관계 복원을 시도해보려는 움직임 같다"면서도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을지프리덤가디언을 중지하지 않는 한 대화도 다시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바뀌고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 이뤄진 7·4 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시점과 맞물려 이번 제안이 나온 점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의 유화 분위기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2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5차 회의가 열렸고 북한의 산림녹화를 지원하는 '겨레의 숲' 관계자들이 방북해 북측 관계자들을 만났다. 또 정부는 겨레말큰사전 편찬위 남북 회의와 개성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 남북 공동 발굴 조사를 승인했다. 실제로 북한이 이 같은 분위기를 남북관계 개선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일단 북한의 제안 의도를 분석하는 데 주력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북한이 지난 1월 국방위 중대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2월에 재차 청와대로 공식 제안해 고위급 회담이 성사된 것처럼 후속 제안이 나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는 1일 관련 부처 회의를 갖고 대응 방향을 정한 뒤 공식 반응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