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현수막까지 내걸고 피해자 확보에 나서는 등 혐의 입증에 애썼던 일명 '목발 교통사고' 용의자들이 결국 꼬리가 잡혔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화상경마장을 드나들던 최모(55)씨와 박모(61)씨, 김모(62)씨는 우연한 기회에 친분을 쌓게 됐다.
경마에 빠져 수중에 있던 돈을 모두 날리기 일쑤였던 이들은 동병상련(?)을 느꼈는지 급속히 친했고 함께 몰려다니는 일도 잦았다.
매일 돈을 잃기 바빴던 이들은 더는 경마에 들일 돈도 없고 끼니까지 해결하기 힘든 처지에 놓이자 서로 머리를 맞대고 돈을 마련할 방법을 고심했다.
궁리 끝에 이들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의한 것은 목발을 이용한 고의 교통사고. 예전에 같은 짓을 저질렀다가 교도소 신세까지 졌던 김씨의 제안이었다.
범행은 손쉬웠다. 목발을 사 범행에 나선 이들은 주택가 등을 돌면서 서행하는 승용차에 목발을 들이밀었다.
경험자(?) 김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최씨와 박씨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면 소리를 지르면서 바람을 잡고 돈을 요구했다.
갑작스러운 사고와 이들의 감쪽같은 연기에 대부분 운전자는 당황한 나머지 요구대로 그 자리에서 목발 수리비와 위로금,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
간혹 운전자가 보험처리를 제안하거나 경찰에 사고를 신고하려고 하면 자세를 낮춰 '큰 사고도 아니니 그냥 가라'는 말로 운전자를 달래고(?) 현장을 유유히 벗어났다.
이들이 표적으로 삼은 대상은 주로 외제차나 고급 승용차다. 운전자는 자신들이 만만하게 상대할 수 있는 여성이나 노인 운전자를 골랐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이들의 범행은 6개월 넘게 이어졌고 적게는 몇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운전자들에게 뜯어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범행하고 금요일과 주말에는 화상경마장에 들러 이렇게 뜯어낸 돈을 탕진하거나 술을 마셨다.
범행이 거듭될수록 이들은 더 대담해 졌고 활동 영역(?)도 청주뿐 아니라 충남과 서울, 경기지역으로 넓혔다.
그러나 이들의 범행은 이런 첩보를 입수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들통이 났고, 이들은 피해자 확보 등 2개월 넘게 수사에 나선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충북 청주청남경찰서는 12일 고의 교통사고를 낸 뒤 합의금 명목 등으로 돈을 뜯어낸 이들을 사기와 공갈 등의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25일 오후 4시께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인근 길에서 A(53·여)씨가 몰던 승용차에 목을 밀어 넣는 교통사고를 낸 뒤 17만원을 뜯어내는 등 모두 17차례에 걸쳐 200만원 상당을 뜯어낸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서울과 천안 등지에도 머물렀던 것을 확인,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확인하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확인된 범행 외에도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슷한 피해를 본 운전자는 청남경찰서 전화(043-280-1616~1617)로 신고해 달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