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 박스오피스 1위
2013년 최고의 화제작
이런 화려한 수식어들은 어느새 신작 영화들에 '당연히' 따라 붙는 타이틀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로 그렇다.
<제로 다크 서티>
기대에 가득찼던 이 화제작을
개봉과 함께 바로 극장으로 달려가 만나보았다.
아카데미의 역사를 바꾼 여성 감독의 전쟁 영화
여성 감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남성적이고 선 굵은 연출력으로 정평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그녀의 강점이 고스란히 담긴 전작 <허트 로커>로
무려 <아바타>를 제치고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무려 <아바타>를 제치고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여성 최초의 감독상까지 거머쥔 남다른 경력의 소유자이다.
아카데미의 역사를 새로 쓴 이 여성 감독은
그녀의 전매특허인 극사실주의적 연출력이 돋보이는 '전쟁영화'를 또 다시 세상에 내놓았다.
그것도, 무려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던 9.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를.
빈 라덴이라 하면,
9.11 테러가 벌어졌던 2001년부터 전 세계의 이목과 집중을 받으면서도
네이비 씰의 사살에 의한 사망에 이른 2011년까지
무려 10년에 걸친 추적 속에서도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 아닌가.
자칫하면 허구에 가까운 단순한 픽션이 되어 버리거나,
아니면 밋밋한 다큐멘터리 필름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다분한 소재인데,
이러한 소재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과 만났으니,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두고
"전쟁영화의 정점" 이자 "새로운 패러다임"이라 하였고
일반 관객들은
지금껏 미처 알지 못했던 빈 라덴 사살 작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남에 따라
적잖은 충격과 놀라움, 그리고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느끼고 있다.
생사조차 알 수 없었던 타깃 vs 10년을 뒤쫓은 한 여성 CIA요원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영화를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마야'의 힘이 돋보인다.
<트리 오브 라이프>, <헬프>, <로우리스> 등 여러 영화들에서 다양한 얼굴을 선보였던
헐리우드의 대표 연기파 배우,
제시카 차스테인의 열연으로 영화 속 '마야'는 더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테러 이후 알 카에다를 쫓기 위해 파키스탄 지부에 투입된
CIA의 여성 요원 '마야'
현장에서의 험난한 적응기를 거치고,
10년의 시간동안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타겟을 쫓는 과정에서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한 집념을 보여주는 완고하고 강단 있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집착적으로 변해가는 그녀의 감정선을 쫓다 보면
어느새 나조차 그 과정 속에 완전히 몰입하며 빠져들게 된다.
그만큼 몰입도와 흡입력이 대단한 영화다.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의 연기가 만나니, 이토록 강렬한 영화가 탄생하였다.
영화를 통해 밝혀진 은폐된 진실들.
<제로 다크 서티>는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개봉 전부터 무수한 논란을 낳았던 영화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빈 라덴의 이야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달까.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해도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위성에 대해 이미 가열찬 논란이 일었었던 것으로 보아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한들, 차라리 언론을 믿는 것 보다는 현명하다 생각된다.
실제로 빈 라덴의 사살이 이루어졌던
2011년 당시 실제 CIA 국자으로 재직중이던 리온 파네타 미 국방부 장관까지도
"<제로 다크 서티> 속 대부분의 장면들은 모두 사실" 이라며 밝힌 바 있다.
영화 속에는 알 카에다의 세부적인 내부 조직 구성까지 묘사되고,
주인공 마야가 되려 테러리스트의 타깃이 될 정도로 CIA를 농락했던 그들의 치밀한 전략과 함정,
비인간적인 용의자 심문 과정,
그리고 빈 라덴의 은신처까지 세밀하게 재현하는 등
실제적인 일들이 굉장히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일말의 감상주의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이러한 극사실적이고 리얼리티가 생생히 살아있는 묘사와 전개 방식은
그래서 더욱 관객들로 하여금 날것의 충격을 선사한다.
박진감 넘치는 첩보 드라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훌륭한 추적극이자 첩보 드라마이다.
자칫 지루한 다큐멘터리 필름처럼 보여지는 염려는 접어두는 것이 좋다.
이 영화는 1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펼쳐진 그 방대한 이야기를
챕터별로 나누어 보여주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택하여
아주 간결하면서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이다.
긴 시간을 짧은 호흡의 챕터로 끊어 보여주며
늘어지거나 지루할 틈 없이 짧은 호흡으로 힘있게 이끌어 나가며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박진감 넘치는 상황을 이끌어내는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연출력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영화적, 장르적 재미까지 갖추고 있으니
<제로 다크 서티>는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례적인 전쟁영화가 될 것이다.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이례적인 전쟁영화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