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는 검사라는 직업에 어울리지 않는 과감하고 화려한 패션감각만으로도 시선을 제압했다. 거기에 IQ 160을 상회하는 뛰어난 두뇌와 달리 백치에 가까운 단순한 사고체계로 시종일관 주변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또한 눈치 없이 입바른 소리를 톡톡 내 뱉는 탓에 주변 사람들은 뒷목을 부여잡기 일쑤였다.
특히 검찰청 입성 이후에는 “외상 받으러 온 사람일 것”이라는 평을 들을 만큼 과감한 패션감각으로 무장하면서 “헌법에 개인의 행복추구권이 있다”면서 “저는 검사이기 전에 여자니까 스스로를 꾸밀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선배인 정선(최송현 분)이 분개하며 “이럴 거면 너 검사하지마!”라며 “너 같은 아이들 때문에 여자 검사들이 욕을 먹는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해리는 “여자 검사 아니어도 욕 먹을 검사는 욕 먹던데요?”라고 반문했다. 이어 “선배님이 저에게 검사 일을 하지 말라고 할 권리는 법적으로 없다”고 답해 정선의 혈압을 올렸다.
‘검사 프린세스’의 해리는 2001년 제작된 영화 ‘금발이 너무해’와 엘 우즈(리즈 위더스푼)와 자연스럽게 겹친다. 이야기 전개는 다르지만 법조계 종사자라는 딱딱한 직업과는 달리 화려한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라는 전제가 데자뷰를 일으키는 것.
하지만 ‘금발이 너무해’의 엘 우즈가 사랑에 상처 받고 법조인으로서의 성공을 다짐하는 것에 비해 해리는 무엇하나 부족할 것 없는 자의식 충만상태에 있다.
검사라는 보장된 미래, 700만원짜리 구두를 낙찰 받기 위해 스키장으로 달려갈 만큼 부족한 없는 경제력이 단순하고 낙천적인 해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해리에게 검사란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 갖는 직업일 뿐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자리로는 자리매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지갑을 도둑맞고 스위트룸 예약조차 취소되어 곤경에 처하면서 해리의 인생도 살짝 꼬이기 시작했다. 특히 그 문제의 스키장에서 만난 두 남자 인우(박시후 분)와 세준(한정수 분)으로 인해 달콤하기만 했던 해리의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한편 ‘검사 프린세스’는 방송 3사가 31일을 기점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쏟아내며 대접전을 펼친 가운데 7.3%(TNmS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비록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부문에서는 꼴찌를 기록했지만 포털 검색어 순위만큼은 1위를 차지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MBC ‘개인의 취향’과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가 겹쳐 고전을 예상했지만 차별화 된 유머코드로 무장한 ‘검사 프린세스’가 만만치 않은 기세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어 당분간 수목드라마는 계속되는 시청률 전쟁을 벌일 것으로 예고됐다.
신아인 기자/ idsoft3@reviewst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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