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가을비가 초가을의 문을 두드린다.
한 방울 두 방울 툭툭
잔가지의 잎새는 파르르 버티는데
유리창은 어느새 불투명으로 바뀌고
애끓음의 마른 마음 적시며
그칠 듯 그치지 않은 비가 무심히 내린다.
이별이 서러운 날에
흘리고 싶지 않은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비가
심연으로 잿빛으로 아려온다.
지나고 보면 별일도 아닌 것에
일희일비의 발 동동 회한이 되어
우연인지 필연인지도 모를 인연
수많은 인연 중의 그 인연을 향해
날마다 노를 젓는 사공처럼
가을비 헤쳐 한마음 한마음 나아간다.
무엇을 덜어내야
인생이 넓어지려는지
무엇으로 채워야
인생이 깊어지려는지
내 죽어 캄캄한 밤에도 변치 않을 별 되어
그대 지르밟는 걸음 이끌 빛이 되리니
아 사랑이여 영원하여라
파란 하늘의 눈 부신 구름처럼
흔적 없이 쌓이는 먼지처럼
내게로 쌓이는 그리움 되어 영원하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