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세상 그대와 나 잘 살아왔어요.
힘들 때도 눈물 나게 슬플 때도 말이죠.
살아가면서 우리 참 많이 싸웠지요.
어떤 때는 섭섭해서
여느 때는 화가 나서
그렇게 싸웠지요.
살아오면서 우리 참 많이 사랑했지요.
아침의 환한 미소가 아름다워
저녁의 발그레 한 홍조가 아름다워
그렇게 사랑했지요.
우리 살아 살아 살아내다가
허리 구부정하고
머리 희끗해지니
올망졸망은 어느새 날개를 펴고 비상을 하여
감개는 그저 무량하지만
내 곁엔 오로지 당신뿐이더이다.
힘겨운 깔딱거림의 그 세월도
묵묵히 넘어오신 그대여
팔뚝의 시퍼런 핏줄 꿈틀거렸고
넓다란 등은 바다 같았는데
이젠 구부정한 그 등 안쓰럽기만 합니다.
매끈하고도 뽀오얀 고운 살결에
하얀 얼굴은 박꽃보다 고왔는데
이젠 늘어만 가는 주름 꽃이 애잔합니다.
이런들 저런들의 한 세상
당신이 있어 살만했습니다.
오로지의 내 당신
얼마가 남았을지도 모를 나날들에
봄으로 올 꽃으로 피어
낙엽으로 질 가을로 진다 해도
따스한 봄볕을 닮은 당신이랑
지금처럼 오롯이 가렵니다.
여여의 당신 오로지의 당신과 함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