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신 - 김용현저
양철차양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빗소리를 듣자 가영은 아래가 근질거리고 유두가 빳빳해짐을 느낀다. 동거중인 기석이 서울로 취직이 되어 떠난 지 한 달이 넘었다. 자리가 잡히면 데리러 온다더니 소식이 없다.
그와 처음 몸을 섞던 날 밤이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가영은 안절부절 한다. 집에서 나가 농산물시장 옆에 사는 기석을 찾는다. 열흘 전에 동창회가 끝나고 그의 집에서 차를 마셔서 아는 길이다.
마침 그가 있다. 반기는 그에게 가영이 웃으며 술을 청한다. 가영이 보고 싶었다며 술잔을 부딪친다. 기석이 불쑥 찾아온 가영의 얼굴을 살피며 윙크를 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가영이 팔을 내밀어 러브샷을 한다. 둘은 서로의 눈동자 속으로 들어갈듯 얼굴을 가까이 하고 술을 마신다. 술잔에서 입을 떼고 둘은 천천히 키스를 한다. 함께 샤워를 하고 뜨겁게 달아오른 가영이 누워있는 기석을 애무한다. 기석이 흥분을 참지 못하고 가영을 밀칠 때까지 긴 머리채를 좌우로 젖혀가며 입을 놀린다. 가영은 누워서 기석의 허리를 두 손으로 깍지 끼어 안고 현란하게 요분질치며 욕정을 불사른다. 기석이 가영의 귀에 사랑을 고백하며 열락에 든다.
가영이 밤 빗소리에 흥분하여 숨을 몰아쉬고 있을 때 기석의 동생 기두가 오징어튀김과 맥주를 사들고 온다.
"형수, 좋아하는 튀김 사왔어요. 형은 소식 없어요?"
"네, 비 오는데 어서 와요."
두 사람은 튀김과 맥주를 먹으며 정답게 얘기를 나눈다.
"서울로 가면 좋겠어요. 형수는."
"기두는 사귀는 여자 있어요?"
"요즘 시골로 시집올 여자가 어디 있어요? 오이고 버섯이고 타산이 안 맞아요. 농사 때려치우고 나도 시골 떠야겠어요."
"그러게, 우리 공장 아가씨들도 시골이라면 다 고개를 젓대여. 몇 애들한테 기두 얘기를 해 봤는데..."
가영이 더 커진 빗소리를 들으며 기두를 바라보다가
"나, 샤워 좀 하고 올게요."
남은 맥주를 기두의 잔에 따르고 욕실로 들어 간다. 기두가 샤워기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야릇한 생각이 드는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가영이 큰 타올로 몸을 가리고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로 노오며 기두에게 몸을 씻ㅇ르라는 눈짓을 한다. 기두가 형수의 하얗게 드러난 몸을 바라보기 민망해 하다가 용기를 내서 들어간다.
가영이 침대에 누워 기두를 기다리다 자신이 왜 빗소리만 들으면 이렇게 몸이 달아오를까 곰곰이 생각한다.
고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열일곱 살 나던 여름방학 때다. 옆동네 사는 친구 집에 갔다가 어두워지기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지나간다. 우산이 없어 흠뻑 비를 맞고 나니 티셔츠와 짧은 치마가 몸에 찰싹 달라붙는다. 젖은 머리에서 얼굴로 빗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무덥던 날씨에 비를 맞아 몸에 시원하고 이상하게 짜릿한 쾌감이 느껴진다. 집에 와서 현관문을 열고 옷을 벗는다. 속옷까지 벗어 알몸인 채 가영이 제 방으로 가는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방문에 귀를 대고 숨죽여 들으니 가영의 엄마 아빠가 사랑을 하는지 신음소리가 들린다. '아이구아이구아이구여보여보여보' 삐긋삐긋삐긋삐긋' 안에서 나는 소리를 훔쳐듣는데 가영이 아래가 뜨거워지는지 두 손으로 젖가슴을 문지른다. 사랑이 끝났는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가영이 까치발로 자기 방에 들어가 옷을 입고 불을 끈다. 자는 체하고 있는데 가영의 엄마가 살며시 방문을 열었다 닫고 간다.
기두가 불 꺼진 방으로 더듬더듬 들어온다. 가영이 손을 뻗어 그를 침대로 안내한다. 그를 편안하게 눕히고 발바닥부터 애무를 한다.
가영의 몸 안에서 뱀 한 마리가 나와 고개를 쳐들고 그의 사타구니로 기어간다.
저 풀꽃 한 송이
개인시집 (누군가 강을 건너고 있다) 중에서
출처 : 수지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