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에 내리는 달빛 - 김용현저
누렇게 익은
벼들이 달빛을 받아
호박색 금침을 펼쳐놓은 듯
환하게 빛나고 있었지
세상은 고요히 잠들고
멀리서 개 짓는 소리만 아스라이
고려장 터를 지나 대숲에 들면
나를 따라 온 달빛이
어룽어룽 숲속을 함께 거닐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대 창문 향해 돌 하나 던지면
어둠 속에서 빛나던 얼굴
그제야 세상을 벅차게 훔친 느낌
눈썹 고운 아미로 달빛가루는 쏟아지고
쥐도 새도 못 듣는 속삭임
사랑은 향기로이 익어가고 있었지
저 풀꽃 한 송이
개인시집(대숲에 내리는 달빛) 중에서
출처 : 수지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