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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가는 길 / 최영미 뚜르 23.12.06 15:13:26 243읽음

 

 

 

카페 가는 길  / 최영미

 

바람이 나를 밀어

세게 밀어

앞으로 앞으로

힘들이 지 않고도

떠밀려 휘청휘청 가는 몸

진작에 이렇게 살았으면,

바람이 시키는 대로

흘러 흘러 어디엔가 닿았겠지

거리의 먼지를 깨물고

머리카락이 엉키고

목을 때리는데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신기해

따끈한 빵 냄새를 향해

금방 구운 빵을 차지하려

헤벌리고 뛰어가는

나의 종착지는

에티오피아 시다고.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이며

호두 바게트를 씹는 것

아직 씹을 힘이 있다는 것

​ - 최영미,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미 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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