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그네
필력의 가난으로 생각의 날개
하얀 백지에 구속이 되어
침묵의 밤 깊어 가는데
어둠이 기적을 울려야만
바람과 눈은 전쟁 멈출까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은
사람들은 몰라
시인은 무엇에 슬퍼하고
무엇으로 기뻐하는지
은사시 나무 옷깃을 여민
창가의 동토에선
이골의 눈 소복이 쌓여
길 잃은 시 나그네
홀로 거리에서 방황하지만
오욕 칠정의 사거리 신호등은
노오란 점멸만 깜박거려
장고의 필력은 여전히
사람들 앞에 나아가질 못한다
별리의 징검다리 건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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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집중을 하며 글을 써 보아도
돌아서 읽으면 맥락도 엉망이요 감정의 이입도 안되는 걸 느낀다
구력이 약하면 필드에서도 약하듯이
필력이 약하면 시를 쓰는 것도 도리뱅뱅이더라
흐릿한 너울 불의 촛불 아래도 아닌데
밝기만 한 스탠드 불빛 아래서
키보드 토닥거리지만 하얀 것은 모니터 화면이요 까만 것은 오류의 문자...
아서라 말아라 에훃효오 하다
침묵은 침묵으로 있어야 하건만
저눔에 창문은 왜 바람을 친구해서 윙윙거리며
질질 짜는지 내 허파가 벌렁거린다
사람들은 모른다지만 세상사 인생사
때로는 알면 병이요 모르면 약인 것을
이 밤사 시 나그네 갈 길 그저 파란 병 찾는 길뿐인가
다시 아서라 말아라 에훃효오 하다
시라는 게 감성의 농축을 물 흐르듯 풀어내어야
시의 제맛이거늘
어쩌다 생긴 감성 하나로 기똥찬 시 될까
시를 짓는 시 농부가 씨앗 시의 뿌리 내림에 충실할
시 밭은 기름지게 할 생각 아니 하고
부질도 없는 타닥질로 애먼 밤은 왜 탓하노 쯧쯧쯧
그래서 또 아서라 말아라 에훃효오 하다
을씨년스러운 이놈에 겨울 언제 가고 봄 오려는지
굼뜬 겨울 엉덩이 확 걷어 차버릴까
이차 저차 오만 경험치
인생의 쓰디쓴 경험도 없으면서
보이스피싱 같은 사이비 필력 이디를 가겠노 쯧쯧쯧
어쩌다 들린 시 밭의 시 열매 달콤에 빠져
오뉴월 서릿발 같은 세상살이의 오욕 칠정 사거리서 헤매는지
에라이 아서라 말아라 또다시 에훃효오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