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정영선
세종문화회관 뒷길 저택 담장 아래
개는 모로 누워
아직 맑은 눈 뜬 채다
올 들어 첫 추위
시멘트 바닥에서 개의 몸뚱이는 식고 있다
애완견이었을 법한
개가 가까스로 눈 뜨고
내 얼굴을 더듬는다
주인의 눈에 대고 꼭 묻고 싶은 물음 있다는 듯
품에 안고 목덜미를 가르륵 긁어주던 손이
먼지 털 듯 슬그머니 그를 거리에 넘긴 그 손인가고
고기 국물에 사료를 비비며 쫑쫑 부르던 눈빛
주린 배로 오래 헤매도록 외면한
그 눈인가고
갈비뼈에 홀쭉 붙은 뱃가죽이 그 물음을 잠시 거둔 채
꼬리가 한 번 더 반기고 싶은 절실함을 가만히 내린 채
개의 의문사는 가을처럼 깊어가고
무표정한 사람들
버스를 따라
가랑잎들처럼 우르르 몰려간다
<카페 '서비의 놀이마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