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 출발이야
어디로 갈까
늘 만나는 백화점 옆 카푸치노 카페로 갈까
아니면 가끔 만나던
공원 입구 꿀과 과일을 섞어 만든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곳으로 갈까
있잖아. 자기가 편하고 움직이기 좋은 곳에서 보자
난, 아직 시간 여유가 있거든
겨울비가 짓궂게 내리니 오늘은 차가운 것보다
따스한 카푸치노가 어떨까
그럼 카푸치노 카페에서 보자
내가 먼저 가서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을 테니
자기는 조금 늦게 와도 된다
도롯가 떨어진 노란 은행잎을 보니
만추라고 성급하게 떠들었지만
정말 이제 떠나가는 거 같다
네가 떠나간 그 날 그때도 가을이 지나가는 시기였다
이 비가 그치면 추위가 찾아올 거 같다
넌 이국땅에서 꿈을 그리는 공부에 빠져있겠구나
네가 떠난 후 처음 몇 번 연락하고
몇 해가 지난 여태껏 소식이 없어 답답하다
날 잊어버리기라도 한 거니
네가 떠나간 지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내 머릿속에
네가 떠나갈 때 이슬 맺힌 슬픈 눈동자가 맴돈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연락해줄 거지
곱던 가을도 지나가고 곧 차가운 겨울을 맞이할 거 같다
네가 하얀 눈이 내릴 때 돌아오면
나도 널 멋지게 맞이할 거 같다
오늘 밤도 네가 없는 자리가 허전하고 네가 그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