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작전>

 팀원들은 희생자를 나의 몸에 결속시켜주었다. 나는 수면 위로 올라가겠다는 수신호를 보낸 후, 유도선을 부여잡았다. 희생자가 다치지 않도록 머리에 달린 랜턴으로 이리저리 장애물을 확인해보며 천천히 배 밖으로 나왔다. 수면까지의 짧지만 아마득한 거리를 올라가는 동안 서너 개의 빛이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다른 팀원들이 랜턴을 키고 내려오는 모습이었다. 

한 손으로 유도선을 잡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희생자를 부여잡고 발로만 헤엄쳐 수면으로 올라가야 했다. 빠른 유속을 저항하느냐 유도선을 잡은 팔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장비의 무개에 희생자의 무게까지 하면 대략 70~80kg 정도다. 나는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빨리 올라가면 잠수병 생긴다는 팀장님의 잔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고통을 빨리 끝내고 싶은 나머지 전속력을 다해 수면 위로 솟구쳤다. 귓가에 핑 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바지선을 움켜잡고 위를 쳐다보니 수경 사이로 사람의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팀장이엇다. 팀장이 뭐라고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머리에 핑 하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바지선에 매달려 헐떡이는 숨을 고르고 또 골랐다. 산소통 마스크를 벗으려는데 고무패드가 잘 잡히지 않는다. 뜯어버려 저 멀리 집어던지고 싶다. 훈련병때 눈물콧물 흘려가며 화생방 훈련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가 이내 가라앉았다. 가까스로 마스크를 벗으니 그제서야 물 위의 공기를 들이킬 수 있었다. 성급한 호흡탓에 바닷물이 입술을 적셨다. 짭짤했다. 뿌연 시야가 이내 점점 선명해졌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다. 

팀장이 다시 물었다.

승환이냐

네. 희생자입니다. 

나도 알아.

우리는 그들을 시신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희생자라고 한다. 우리는 그들을 몇 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몇 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시체를 주워 올리는 것이 아니라 희생자를 구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임무는 구출작전이다. 생존자인지 사망자인지 판단은 우리가 하지 않는다. 힘겹게 데려온 희생자를 수면 위로 올렸다. 바지선에서 수십개의 팔이 뻗어와 희생자를 끌어올려주었다. 나는 올려지지 않았다. 나는 물에 잠긴 채 물었다.

팀장님. 종수는 괜찮습니까?

겨우 눕히고 나왔어. 고집은 시발. 

 팀장님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돌리며 담배생각이 나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며칠 전 동민이가 배머리에 기대 담배 한 대를 빨고 있었다. 그게 사진이 찍혔다. 서장은 말 없이 금연을 강제했다. 그 후로 우리는 상상으로만 담배를 피우고 있다. 벌써 4일째다. 동민이는 그 날 이후로 잠수복을 벗지 않았다. 무리하다 종수처럼 쓰러지면 어쩌나 싶어도 팀장님도, 나도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도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하지만 종수가 아직 정신을 못차렸다는 의미는 내가 한 번이라도 더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팀장님도 그런 나의 생각을 엿본 것처럼, 내게 올라오라는 말을 꺼내지조차 않았다. 야속한 사람. 그래도 조금 쉬라고 차마 말하지 못하는 팀장의 마음도 나는 너무나도 잘 안다.

팀장님. 저 그럼 또 내려가보겠습니다.

승환아

다시 수경을 쓰고 마스크를 입에 물자 팀장이 나를 불러세웠다.

네?

안힘드냐?

들어가야죠.

그래. 힘내라

네.

 나는 이마에 있는 랜턴을 켰다. 유속만큼이나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은 가시거리다. 10m만 내려가도 햇빛이 비추지 않고, 랜턴을 켜 봐도 7m이상 보이지가 않는다. 수 많은 부유물을 헤집으며 내려가야 한다. 거친 숨을 내쉬며 나는 유도선을 부여잡고 배의 입구로 들어섰다. 복도를 들어서자 오른편에 아까 보았던 UDT 대원들이 보였다. 문과 각종 가구들로 뒤엉켜 막힌 길을 뚫고 있었다. 

 물 속에서 인간은 무능하다. 숨을 쉴 수 없는 것은 그렇다 쳐도,  25kg나 되는 장비와 수력은 인간을 무엇보다 느리고, 그리고 약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힘껏 내리치는 UDT 대원의 도끼는 문에 겨우 기스만 낼 뿐이고 안간힘을 써서 문을 부수려 해도, 완력으로는 극히 제한적이다. 나는 그들을 뒤로한 채 왼쪽으로 꺾어 칠흙같은 어둠을 헤치며 내려갔다. 위로 나있는 유도선은 이제 이용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빨간 리본을 매어놓았다. 그곳은 식당칸이다. 가장 먼저 구출작전을 시도했던 곳이었고, 우리는 어떤 희생자도 발견할 수 없었다. 종수는 그 때부터 급격한 우울증에 빠졌다. 

선실로 도착하자 기존에 있던 두 명의 팀원들이 있었다. 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구명조끼를 입은 채 침대와 파손된 벽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팀원들은 침대에 로프를 묶은 다음, 희생자에게 다가갔다. 우리는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눈을 감고 목례를 했다. 

미안하다 우리가 늦었지. 

팀원들은 로프를 당겨 침대를 아래로 끌어내린 후 고정시켰다. 희생자의 구명조끼를 벗겨 낸 다음 다시 나의 몸에 그 소녀를 결속시켰다. 팀원들에게 올라가자는 수신호를 보내고 유도선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잠자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올라가자. 엄마보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