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폭력 등 경험" 70%
탓티황옥 황티남 리선옥 김영분…. 새로운 희망을 찾아 국제결혼을 택했다 한국 남성에 의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결혼이주여성들이다.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 남편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이주여성들은 가정폭력 피해여성 중에서도 가장 취약하다.
2010 가정폭력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이주여성들의 가정폭력 상황은 심각했다. 베트남 중국 필리핀 등에서 국제결혼으로 이주한 여성 307명 중 69.1%가 남편에게 1년간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이나 성 학대, 방임 등을 한 차례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같은 시기 조사한 국내 가정폭력률 54.8%보다 높은 수치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에 22곳인 '폭력피해이주여성보호시설'(이주여성쉼터)에는 올 상반기 기준 정원 263명보다 많은 281명이 머물렀다. 쉼터에 입소하지 못한, 숨은 피해여성의 숫자는 가늠조차 안 된다.
처음 폭력을 당한 시기는 결혼 뒤 1년 이상~5년 미만이 45%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당하고 있거나(38.2%) 자리를 피해 밖으로 도망갈 뿐(32.4%) 경찰 신고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도 못한다.
결혼 이주여성은 2003년부터 급격히 늘어나 최근까지 매년 3만명 이상 한국 땅을 밟고 있다. 정상적으로 2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국적이나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이 기간 남편과 시집 눈 밖에 나는 것은 곧 귀국을 의미한다.
정부는 영주자격 신청 시 이주여성들의 발목을 잡던 남편의 신원보증서 제출을 지난해 8월부터 폐지했지만 여전히 남편의 동행을 권고하고 있다. 체류자격 조사가 진행될 경우에는 남편의 협조가 더욱 절대적이다.
한국염 (사)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문화와 언어가 낯선 생면부지의 나라에 사는 이주여성들에게는 '집에서 나가'라는 한 마디도 무지막지한 폭력"이라며 "결혼에 대한 의무를 다해도 스스로 체류권을 얻기 힘들어 가정폭력을 감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