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겨울 풍경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물이 가득 채워지면
겨울 바람에 꽁꽁 얼어서 유리알 처럼 반짝입니다.
그곳은 우리들 세상입니다.
흰눈이 쌓인 아침이면 우리는 약속 하지 않았어도
세수도 안한 낯으로 모여들어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얼마나 얼었나 쿵쿵 뛰어 보는 아이,
죽~ 미끄럼으로 길을 만들어 팽이 돌리느라 열심인 아이,
공 차느라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고 울상인 아이들,
이른 아침의 풍경은 참, 정답고 그립기만 합니다.
점심도 지난 오후가 되면
다시 우리들 세상에 약속 없어도 모여듭니다.
투박하게 만들어진 썰매를 어깨에 메고.
어떤 아이는 나름 정성껏 만든 연을 들고서.....
우리들 세상입니다.
햇님이 작별 인사 하는것도 모른체 하며
우리들은 우리만의 세상에서 행복했습니다.
추운줄도 모르고... 손이 트는 줄도 모르고...
콧물을 훌쩍이면서도 입가에는 웃음이 퍼졌더랍니다.
어스름 저녁나절에 추워지면
얼음 언 논 한 귀퉁이에 솔가지들 주워다
불을 지펴 삼삼오오 모여들어 빨갛게 언 손들을
녹여가며 깔깔거리던 그 겨울 풍경들이 그립습니다.
그때는 네가 나였고, 내가 너였습니다.
우리들 세상에서 우리는 하나였습니다.
그 겨울 풍경이 참말 그립습니다.
2010.12.14
- 시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