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지키던 젊은 장병들이 무고하게 희생된 천안함 침몰은 국가적으로 슬픈 사건이었습니다. 북한이 평화로운 민간인 마을에도 포격을 퍼부어 살상을 저지른 연평도 포격 사건은 한국으로선 너무나 가슴 아픈 또 하나의 역사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비통한 일을 보도하는 인터넷 기사에 일본 네티즌은 “조선끼리 싸워서 둘 다 망해 없어져라” “한국인이 하나라도 더 죽은 것은 기쁜 일” 등 악플을 도배하다시피 올려놓은 것입니다. “어디에나 일부 정신이상자들은 있기 마련”이라고 넘기기엔 그 수가 너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더욱 기가 막혔던 것은 이런 악플이 올라오면 이를 꾸짖거나 반박하는 ‘착한 댓글’도 올라오기 마련인데 그런 내용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점입니다. 오히려 이런 쓰레기 악플에 ‘동조’를 클릭한 일본 네티즌이 ‘반대’를 선택한 사람들에 비해 수십, 수백 배나 많아서 놀라웠습니다.
11일 일본 토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한 뒤 한국 네티즌은 어떤 반응들을 보이고 있을까요? 수치상으로 분석된 자료는 없지만 주요 포털사이트의 뉴스 게시판을 살펴보면 대략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1만명 이상의 생명이 희생된 이번 대지진에 대해 한국 네티즌도 “조상들이 지은 죄가 많아서 천벌을 받은 것” 등 악플을 게시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비극에 악플로 도배했던 일본 네티즌과는 달리, 일본의 인명피해가 많지 않기를 기원하거나 몰인정한 악플을 비난하는 선플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번 대지진 이후에도 도대체 그럴 경황이 있는 것인지 의아할 정도로 일본 네티즌들은 한국에 대한 악플을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퍼부었습니다. ‘한국이 일본에 LNG를 긴급지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이 일본에 친절한 것은 기분 나쁘다” “도와줬다고 영원히 생색낼 민족” 등의 댓글이 달린 것입니다.
‘한국 긴급구조대가 일본에 도착했다’는 기사엔 “구제역의 나라에선 오지 말라” “자위대가 거절했는데도 군용기 타고 오다니 바보들이냐” 등 고마움은 고사하고 비아냥거리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악플에 다른 네티즌들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에 비해 압도적으로 클릭한 것도 여전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일본 피해자를 위한 모금활동이 시작됐다’는 기사가 전해지자 적게나마 “고마운 일” “이런 한국인도 있구나” “피해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할 것” 같은 댓글도 눈에 띄긴 합니다. 악플을 다는 일본 네티즌에게 “좋은 일엔 그냥 감사하다고 적자”거나 “나쁜 말을 하지 말라”고 충고하는 이들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합니다.
인터넷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네티즌이 각자의 의견을 표출하기 때문에 늘 갈등이 빚어지기 마련인데요. 2ch 같은 특수(?)한 게시판도 아닌 일본 포털사이트에서도 유독 한국과 관련된 내용에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악플이 선플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볼 때마다 ‘일본에선 주로 정신이상자들이 인터넷 댓글을 쓰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국 미디어가 ‘일본 침몰’ ‘한류 악영향’ 등 자극적으로 이번 대지진을 전한 사실이 일본에 알려지며 네티즌이 반발했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일본 네티즌의 악플 폭주를 돌이켜보면 한국의 인도적 지원에 대한 “기분 나쁘다”는 반응도 그저 찌질이들이 늘상 해오던 ‘혐한 악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할머니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대지진의 와중에 “한국의 지원과 생색은 싫다” 같은 정신 나간 댓글을 쏟아 내거나 이에 동조하는 망동은 하지 않을 텐데요. 사람이니까 실수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용서받을 자격은 그 과오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칠 때 주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찌 됐든 한국 지원은 필요 없다는 일본 네티즌의 악플 퍼레이드가 오프라인 여론과는 전혀 다른, 일부 정신이상자들의 망동이라고 믿고 싶네요. 자신의 목숨을 걸고 위험한 지역으로 구조 활동을 하러 간 한국 구조대원들의 노력과 이재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성금을 하는 한국인들의 진심의 가치가 모욕당하지 않도록 말이죠.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정기 수요집회. 이번주엔 '추모집회'로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