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넷플릭스만 이용했을 때에는 뻔질나게 넷플릭스에 접속하여 새로 나온 오리지널 영화는 모두 보겠다는 기세로 영화를 봤었다. 하지만 요즘은 OTT 경쟁도 심화되었고, 내가 이용하는 OTT만 4~5개는 되다 보니 넷플릭스 접속이 뜸해졌다. 그래도 내게 OTT의 신세계를 알려준 것이 넷플릭스인데... 그래서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접속하여 2022년 신작 오리지널 영화 두 편을 관람했다. 바로 아리사 밀라노 주연의 전형적인 저예산 스릴러 [브레이즌]과 라이언 레이놀즈, 마크 러팔로, 제니퍼 가너와 조 샐다나까지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SF 영화 [애덤 프로젝트]이다.
[브레이즌] - 기본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수준 이하의 스릴러
감독 : 모니카 밋첼
주연 : 알리사 밀라노, 샘 페이지
미스터리 소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 그레이스 밀러(알리사 밀라노)는 오랫동안 관계가 소원했던 동생 캐슬린 브리즈우드(에밀리 올레루프)에게 전화를 받는다. 캐슬린과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오랜만에 고향집을 찾은 그레이스는 옆집에 사는 잘생긴 형사 에드 제닝스(샘 페이지)에게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한다. 하지만 그날 캐슬린은 집에서 살해된다. 캐슬린에게는 비밀스러운 이중생활이 있었다. 낮에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지만, 밤에는 타인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스트리밍 방송인 판타지아 주식회사에서 BJ 데지레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었던 것. 캐슬린의 죽음과 비밀에 충격을 받은 그레이스는 에드에게 자신도 수사에 참여하겠다고 요청을 한다. 하지만 판타지아 주식회사의 BJ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이 계속되고, 결국 그레이스는 스스로 미끼가 되어 연쇄살인마를 집으로 끌어들이는 모험을 감행한다.
오랜만에 선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왜 하필 [브레이즌]이었을까?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나서 나의 선택을 후회했다. [브레이즌]은 흔히 볼 수 있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에 불과하다. 하지만 모든 저예산 영화가 엉망인 것은 아니다. 특히 스릴러 영화의 경우는 아무리 저예산이더라도 스릴러 영화 특유의 재미를 충분히 안겨줄 수가 있다. 내가 [브레이즌]을 선택한 이유는 추리 소설 작가와 형사가 힘을 합쳐 연쇄 살인마를 잡는다는 설정이 신선했고, 최소한 기본은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내 기대는 영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서서히 무너졌다.
스릴러 영화가 본연의 재미를 갖추기 위해서는 영화 속의 미스터리를 잘 포장해서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캐슬린 살인 사건은 처음부터 진실이 너무 명확하게 보인다. 사실 처음 캐슬린이 죽었을 때 유력한 용의자는 캐슬린과 이혼하여 양육 소송 중인 전남편 조나단이었다. 하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너무 일찍 캐슬린의 이중생활을 공개하며 살인 동기가 성적 욕구임을 관객에게 특정했고, 조나단을 빠르게 용의선상에서 지워 버린다. 그러면서 캐슬린 살인 사건의 진실은 굉장히 단순해져버렸다.
조나단을 용의선상에서 지워 버리고 나면 남은 것은 캐슬린의 이중생활을 알고 있는 학교의 학생들 밖에 남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랜드와 제럴드를 화면 속에 자주 등장시킨다. 스릴러 영화에서 의미 없는 등장은 없다. 특히 저예산이고 러닝타임이 90여 분 밖에 되지 않는 영화에선 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랜드가 캐슬린에게 조금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며 유력한 용의자로 자꾸 몰아간다는 것. 그와는 반대로 제럴드는 캐슬린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범인은 누구겠는가? 이건 굳이 추리광이 아니더라도 쉽게 눈치챌 수가 있다. 실제로 다른 일을 하며 곁눈질로 이 영화를 보던 아내도 중반부에 "쟤가 범인이네."라며 딱 알아맞혔을 정도이다.
영화 후반 그레이스가 살인범을 집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함정 장면에서는 다음 전개가 너무 뻔히 눈에 보였다. 대기하던 경찰은 진범이 잡혔다며 철수하고, 그 틈에 범인은 그레이스에게 나타나 위협을 가하고, 이 모든 상황을 카메라에 담은 그레이스는 범인 체포에 성공하고... 뭐 이쯤 되면 [브레이즌]은 재미있는 스릴러 영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보다는 넷플릭스가 원하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를 빨리 한 편 만들어 버리고 숙제를 끝내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게 보인다. 어쩌면 모니카 밋첼 감독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연출했다는 이력서에 한 줄이 더 필요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넷플릭스는 꾸준히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했다. 그것이 다른 OTT와는 다른 넷플릭스의 경쟁력이다. 하지만 많은 오리지널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그와 비례하여 허술한 만듦새의 영화들도 양산해왔다. 어쩌면 그러한 영화들은 오리지널 영화 편수 채우기 위해 동원된 영화들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넷플릭스도 이제는 양보다 질에 더욱 신경 써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브레이즌]과 같은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질수록 오리지널 영화가 많다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오히려 장점이 아닌 단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애덤 프로젝트] - [빽 투 더 퓨쳐]를 떠올리게 만드는 간단명료 시간 여행 액션 판타지
감독 : 숀 레비
주연 : 라이언 레이놀즈, 워커 스코벨, 마크 러팔로, 캐서린 키너, 조 샐다나
2050년 시간 여행 제트기의 파일럿인 애덤 리드(라이언 레이놀즈)는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아내 로라(조 샐다나)를 찾기 위해 마야 소리언(캐서린 키너)으로부터 시간 여행 제트기를 훔친다. 하지만 마야 소리언이 공격으로 애덤은 2018년이 아닌 2022년으로 불시착하여 어린 자기 자신(워커 스코벨)과 만나게 된다. 소리언의 공격 속에서 2018년부터 4년간 애덤이 찾아 오기만을 기다린 로라와 만난 애덤은 소리언이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가서 엄청난 음모를 꾸몄음을 알게 되고, 어린 자신과 함께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해서 아버지 루이스(마크 러팔로)를 만나 소리언의 음모를 저지한다.
넷플릭스가 꾸준히 저예산 멜로, 스릴러 영화들을 양산해 오면서도 아주 가끔은 블록버스터급 액션, 판타지 영화도 제작한다. [애덤 프로젝트]는 초호화 캐스팅에 빛나는 넷플릭스 블록버스터 영화이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리얼스틸], [프리 가이]를 연출했던 숀 레비 감독에 영원한 '데드폴' 라이언 레이놀즈, '헐크' 마크 러팔로, '가모라' 조 샐다나, 그리고 '데어데블'의 안티 히어로 '엘렉트라'를 연기했었던 제니퍼 가너까지... 마블 영웅을 연기했던 할리우드 스타 배우들을 총출동시킨 영화이기도 하다. 특히 라이언 레이놀즈는 [6 언더그라운드], [레드 노티스]에 이어 [애덤 프로젝트]까지 주연을 맡으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록버스터 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배우로 등극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시간 여행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2018년 루이스는 소리언의 지원 아래 시간 여행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몇 년 후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 2050년의 소리언은 시간 여행 기술을 독점하여 절대 권력자가 되기 위해 2018년으로 시간 여행을 가서 자기 자신과 만나 미래의 일을 알려준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로라는 소리언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2018년에 갔다가 실종되고, 로라의 실종에 대해 의문을 품은 애덤은 소리언 몰래 2018년에 가려다가 공격을 받고 2022년에 불시착한다. 뭐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이 영화에서 나오는 시간대는 2018년, 2022년, 2050년이다. 결국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2050년의 성인 애덤이 2022년의 어린 애덤과 만나 함께 2018년으로 건너가 아버지 루이스와 함께 소리언의 음모를 막는다'로 정리할 수가 있다.
사실 시간 여행 소재는 복잡할 수밖에 없다. 시간대가 이리저리 꼬여 있고, 과거를 바꾸면 현재와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치밀하게 계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중우주라는 개념이 있어서 과거를 바꾸면 현재와 미래가 바뀌는 것이 아닌 아예 새로운 우주가 파생된다. 하지만 영화에서 성인 애덤과 어린 애덤의 대화에서 알 수가 있듯이 [애덤 프로젝트]의 시간 여행 컨셉 다중우주가 아닌 '빽 투 더 퓨쳐'와 유사하다. 과거가 바뀌면 그때그때 현재와 미래도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애덤 프로젝트]는 전혀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너무나도 간단명료하다. 요즘 시간 여행 소재의 영화들이 영화적 재미를 위해 복잡하게 꼬여 놓은 것과는 달리 [애덤 프로젝트]는 [빽 투 더 퓨쳐]의 미덕을 충실히 따라 한다. 내용도 [빽 투 더 퓨쳐 2]와 굉장히 비슷하다. [빽 투 더 퓨쳐 2]는 2015년의 늙은 비프(토머스 F. 윌슨)가 브라운 박사(크리스토퍼 로이드)의 드로리안을 몰래 타고 1955년의 젊은 자신을 만나 스포츠 연감을 전해 주고, 비프는 스포츠 연감을 통해 벼락부자가 되면서 현재인 1985년은 완전히 비프의 세상으로 바뀌어 버린다. 결국 [애덤 프로젝트]의 소리언은 비프인 셈이고, 2018년은 [빽 투 더 퓨쳐 2]의 1955년, 2018년은 [빽 투 더 퓨쳐 2]의 1985년, 2050년은 [빽 투 더 퓨쳐 2]의 2015년으로 이해하면 된다.
애덤과 루이스, 그리고 로라의 가족 간의 사랑도 [빽 투 더 퓨쳐]의 주제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나눈 루이스가 어린 애덤의 쪽지를 읽은 덕분에 2022년에 죽기 않고 살아있기를 살짝 기대했다. (실제로 [빽 투 더 퓨쳐]에서 브라운 박사는 1985년 리비아 테러단의 총에 맞아 사망할 운명이었지만 1955년에 마티가 남긴 쪽지 덕분에 죽음을 피한다.) 그것까지 이뤄졌다면 영화가 더욱 훈훈해졌을 텐데... 뭐 그래도 [애덤 프로젝트]를 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의 하나인 [빽 투 더 퓨쳐]가 떠올라 굉장히 재미있게 즐길 수가 있었다, 역시 요즘 기술력이 아무리 발전했다고 해도 80, 90년대 영화가 짱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