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논어로 살아내다

부모님 세대와 비교해서 요즘 학생들은 사춘기가 빠르다고들 말한다. 내 경우에도 심하게 빠른 것은 아니었지만 이른 편이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때쯤으로 기억된다. 저학년 때는 부모님과의 동행을 좋아했지만 6학년이 되고부터는 혼자가 좋았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거북스럽고 피하고 싶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이랄까. 어느 순간 갑자기 시작된 사춘기의 영향인 것 같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다. 간섭받지 않고 독립하고 싶었다. 정신적으로 흔들리는 시기였다. 더 크게 흔들리기 전에 논어를 만났고, 필사를 접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힘들었던 시간을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어렵게 견디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자의 말씀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내 생각의 폭도 넓어지면서 재미를 붙일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필사는 2월에 시작해 11월에 마무리되었다. 하루 2문장씩 8개월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마지막 문장을 쓸 때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뻔했다. 처음에는 힘들어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운 문장들이 이해되었고, 사고력이 성장하는 것을 경험했다. 어렵과 힘든 과정의 필사를 마쳤을 땐 정말 속이 후련했다. 한 단계가 아닌 몇 단계 성장한 느낌이었다.

돌이켜보면 필사는 내 인생을 이전과 다른 삶으로 변화시켰다.

첫 번째는 사춘기 극복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필사를 통해 바른 생각을 가지게 되었으며, 폭풍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필사하면서 매일 자신을 돌아보았다. 공자의 말씀을 통해 나의 행동을 반성했다. 물론 실제 행동이 곧바로 변하지는 않았지만 늘 ‘잘해야지, 변해야지’ 생각했다. 그것만으로도 내겐 크고 긍정적인 변화였다.

사람의 행동이 문장 하나로 단번에 바뀌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반복해서 적다 보면 아주 조금씩이라도 변하게 된다. 나도 나 자신에게서 그 변화를 확실히 느꼈다.

두 번째는 반항심이 줄어들었고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좋은 글귀나 도움이 되는 말씀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반항심이 수그러들었다. 그 당시 친구들은 욕을 많이 사용했다. 대부분의 대화가 욕으로 시작해 욕으로 끝났다. 친구들과 어울리려면 욕을 해야만 했다.

만약 논어 필사를 하지 않았다면 친구들과 아무 생각 없이 욕하고 지냈을 것이다. 필사하고부터 욕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욕을 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무시하는 일이었다.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철없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사하면서 나만의 생각과 중심이 생긴 결과였다.

세 번째는 효, 신의, 예절, 의리 등에 관한 내용도 논어를 통해 배웠다. 필사하면서 이들 덕목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특히 신의에 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신의는 매우 중요하다. 신의를 잃으면 사회생활과 인간관계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중요한 신의를 얻으려면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 이것은 실천하기 쉽지 않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전 필사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용한 공부라고 생각한다. 사춘기 학생들에게는 아무리 좋은 말이나 조언을 해주어도 여간해선 귀담아듣지 않는다. 그래서 남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고 깨달아야 한다. 고전은 사춘기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논어 필사를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내가 학생들에게 필사를 강추하는 이유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

나는 공부 대신 논어를 읽었다 <김범주> 저

바이북스, 2020년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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