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 : https://namu.wiki/w/%EC%A0%84%EC%84%A4%EA%B1%B0%EC%8B%A0%20%EC%9D%B4%EB%8D%B0%EC%98%A8#s-3

“먼 미래, 다른 성계에까지 개발·이주의 영역을 넓힌 인류가 살고 있던 솔로 성의 제6 문명인 유적에서 발굴된 수수께끼의 거신, 이데온이 발견되고 인류는 거신전설을 따라 이데온을 찾던 이성인, 버프 클랜과 접촉하게 된다. 버프 클랜은 거신전설의 경고대로 이데온을 탈취하기 위해 솔로성을 공격하고 솔로성에 살고 있던 인류는 이데온과 함께 발견된 솔로쉽을 타고 도망다니는데...”

접촉편 接触篇 Contac

발동편 発動篇 Be Invoked

여전히 ‘전설거신 이데온’이 그렇게 대단한가? 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 애니메이션이 훌륭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게 그렇게까지 위대한지는 대답이 꺼려진다. 뭔가 설명이 부족하고 얼떨떨하게 만들면서 그냥 받아들이고 따라오라는 식의 불친절함에 선뜻 좋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처럼 더 막나간 경우도 있었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 애니는 뭔가 눈높이가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뛰어난 점도 인상적인 부분도 왜 극단적 결말에 난감한지도 알지만 이상할 정도로 이해되지 않는다. “이데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공포가 이 작품의 중심이라 할 수도 있”다면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고 있다. 도대체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 알 수 없음 때문에 거리감을 느낀다. 좋다 싫다와는 다른 거리감을. “각본 담당이 여럿 있었으며 그들과 함께 아이디어를 공유하거나 순서대로 돌아가며 시나리오를 쓰는 방식을 사용했으며 각본 담당들이 하나같이 자기주장이 강한 성격이라 매일 서로 싸”운 결과물이라 제대로 정리할 수 없음으로 인한 애매함일지도 모른다.

“기동전사 건담의 세계관을 넘어서 우주에서의 인과와 수수께끼의 힘을 추구”했다면 그걸 해냈다 할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모든 작품 중 가장 만족하는 작품”이라면 그것도 맞는 말일 것이고. 다만 “건담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작품, 지금 보면 자신이 이런 것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나 할 정도로 신기한 작품, 그래도 살아서 이데온을 만들었으니 죽을 때 후회는 하지 않”는 것은 개인 생각이니 뭐라 말할 것 없고 이런 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한 점은 알겠지만 건담과는 다른 영역의 작품이라 비교할 필욘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건담 시리즈가 더 좋았다.

“야심작으로 시작하다가 일이 안 풀려서 대충 만들고 후회했는데 나중에 정신차리고 다시보니 명작이었더라”는 평가가 더 알맞아 보인다.

“건담 직후의 나온 작품이라 그런지 초기 전개는 기동전사 건담과 상당히 흡사”하지만 건담 시리즈처럼 명쾌한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야기는 난해하고 로봇은 멋대가리 없고 주인공이라 말할 수 있는 인물도 없어 몰입의 가능성을 (어떻게든) 없도록 만들어 이런 식으로 만들려는 생각 자체가 이상할 정도였다. 게다가 “성간전쟁 발발의 원인제공자로 낙인 찍혀 지구측으로부터도 증오와 원망의 대상”이라 그저 도망치는 과정의 연속일 뿐이었다. 반격다운 반격도 없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만든 것인지 궁금해질 뿐이다.

주조연할 것 없이 마구 죽어가고 있다. 극장판의 경우는 어린애들이 죽는 것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어 꼭 저렇게 했어야만 할까? 라는 생각만 가득했다. 전쟁의 잔혹성을 말하려고 했다면 이해할 수 있고 소통의 불가능으로 전멸이 된다는 결론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건 좀 너무한 것 같다는 생각이 여전히 남는다. 뭔가 극단적인 결말을 보여줘야 정신차린다는 식의 생각 아니었을까? 더 쎈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걸 말해? 라는 식의 느낌이었다. “경각심을 주는 것이지 의미없이 그냥 재미로 죽이는 게 아니”라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다루는 건 쉽지 않다고 본다. TV판도 이런 게 만들어질 수 있나? 라는 신기함이 느껴졌었는데, 극장판은 그걸 가볍게 넘어서고 있다.

“그 강렬함은 후대의 오타쿠 출신 감독들의 작품들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단적인 예가 바로 안노 히데아키로, 안노는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구성에서 그 결말에 이르기까지 거의 이데온을 노골적으로 오마쥬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드러냈다”는 말이 아주 틀리진 않다고 본다. 이데온을 에반게리온을 통해서 알게 된 사람이기 때문에 이미 이데온을 알고 있었다면 에반게리온을 보면서 어떤 기분이었을까? 괜히 궁금해진다.

TV판의 “조기종영으로 급작스럽게 난 결말을 보충하기 위”한 이데온 극장판은 “건담 극장판 처럼 3부작 정도로 다루려고 했으나 이 작품의 인기가 건담만하지 않아서 흥행 실패의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끊어지지 않게 1번에 끝을 내기로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것이” 이와 같은 접촉편과 발동편으로 된 2부작이고 “개봉 당시엔 동시상영이므로 실질”적으론 2부로 나눠진 3시간짜리로 볼 수 있다. “TV판의 스토리 대부분을 압축한” 접촉편에 아쉬움을 느껴 만약 3부작으로 만들었다면? 이라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그랬다면 좀 더 높은 평가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짧은 시간에 TV판을 통으로 압축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으므로 평가가 대단히 안 좋”은 접촉편은 무시하고 강렬함을 뿜어내는 발동편을 생각한다면 대단한 결과물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데온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면서 발동편을 보더라도 이건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마지막 부분이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즉각 떠올려지지만 그렇더라도 깊은 인상을 남긴다.

단순하게 본다면 “TV판 최종화 부분을 길게 늘여놓은 진정한 최종화”에 불과하겠지만 그렇게만 볼 수 없는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전투 연출이 너무 뛰어나서 스토리 이해 안 되도 만족감이 들 정도”가 넘어선 뭔가가 있다.

“TV판과 극장판의 결말이 다르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결말은 한가지로 이데 발동직전까지 버프클랜과 지구인의 입장과 이데 발동까지의 사건들이 더 추가된 것이다. 이것은 TV판 조기종영에 의해 일어난 것이니 토미노는 낚시를 걸 생각도, 관객을 우롱할 마음도 없”다는 점에서 에반게리온이 보여준 엉망진창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여준다.

“소통의 한계를 넘으려고 하는 것이 이데온의 가장 큰 주제”를 생각하며 본다면 “TV판 1화부터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들의 공통된 주제는 타자를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인류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더이상 지구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개척지에서 독립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수준이 되었으나, 여전히 사람의 속내를 타인에게 이해시키기 어렵고 타인의 속내를 알아도 이걸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행위는 오히려 오해를 낳을 뿐이라는 한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데온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아동용(범위를 청소년까지 높이더라라도)으로 만들었으니 그걸 제정신이라 말하긴 어려울 것 같다.

“마크로스 시리즈에선 대부분 노래라는 매개체가 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만 여기서는 그런 매개체가 없다. 당연히 이데온이 현실적인 접근”이라 이해 할 수 있지만 모조리 죽여버리는 결론에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고 싶진 않다. 꼭 이렇게 끝내야 할까? 라는 물음이 더 크다. “문제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인물들간의 이야기로” 볼 수 있겠지만 결론은 비극이니까.

하지만 “재밌는 부분은 이데 발동 직전까지 모든 등장인물이 가진 이데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이란 점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보는 시청자들에겐 어느것이 정답에 가까운 것인지 어느정도 구분할 수 있으나 이러한 구도의 포인트는 따로있다. 예를 들어 신세기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인류보완계획은 제레와 겐도, 네르프 그리고 주인공등의 순으로 정보를 가진사람과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사람의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소위 말하는 '떡밥'이라는 걸 거의 알려주지 않고 극장판까지 오게되자 세컨드 임팩트 발현 이유와 목적, 그리고 인류의 정체를 미사토가 신지(시청자)에게 술술 말해버리는 상황도 벌어진다. 철저히 신지의 시선에 집중했기에 신지의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되었지만 보는 사람들의 궁금증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낳았다. 이건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에서도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데온은 이데의 의지가 어떤 목적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 그저 모두가 제각각 판단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덕분에 이데에 대한 인식과 해석만큼은 주인공이고 승무원이고 적 병사, 적 간부 모두 일정한 비중을 차지해버린다. 이런 개체간의 독립된 사고방식이 갈등과 오해, 싸움 크게는 전쟁이 되기도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것이 문제라는 식의 표현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 의지를 가졌다는 이데조차 인간과 같은 생명체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한의 힘을 가진 이데의 의지조차 소통의 한계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21세기까지도 일본 애니메이션의 로봇/메카물이 답습하고 있는 악을 규정하고 심판을 내리는 고전적인 영웅상에서 벗어나는 구도다. 물론 이러한 표현이 이데온이 최초이거나 한 것은 아니다. 다만 무한의 힘(권력)이 결코 만능이 아니라는 경고를 가장 강렬하고 극단적으로 보여주었고 악을 규정하는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인 태도인가를 토미노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에 이어서 이데온에도 표현한 것이다”는 식의 해석도 있고 곱씹을 부분도 있어 만약 이렇게 본다면 정말 독창적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애니메이션이기도 할 것이다. 이런 해석 때문에 불만 가득해도 여전히 끌리게 된다.

"누군가를 증오하면 그것은 증오가 되어서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사람은 모두를 사랑해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멸망한 것이다"는 입장에 박수치고 싶진 않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있어? 라는 핀잔을 해주고 싶을 뿐이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이 잘못된 생각은 아니니... 그냥 거창한 생각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냈다고 보는 게 적당할 것 같다.

“시나리오 측면에서 계속 피난을 진행하는 함대에 승선하여 불행을 겪는 주역들과 멸망한 외계인의 유적으로 표현된 메카닉, 그것을 되찾기 위해 행성들을 초토화시키며 덤벼드는 악역의 구도는 진행될수록 줄거리가 복잡해지고 상황은 암울해져“가는 과정을 극장판은 제대로 못 살리고 있어 아쉽긴 하다. 그래서인지 만약 3부작이었다면... 이라는 가정이 지워지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TV판처럼 살려내려 노력해봤자 뭐하겠나? 라는 생각도 들어 그저 발동편의 뛰어남을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더 뛰었났어도 암울함에는 변함없을 것 같다. 더 충격적이라 괴로움만 컸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어떤 경이로움과 숭고함이 발동편에는 있었다. 그런 걸 만들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