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그리거나 각 사건들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주요 사건들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안드레오티의 모호한 행동들을 더 자세하게 보여주며 그의 복잡한 내면을 포착하려 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1978년 좌파혁명단체인 붉은 여단이 이탈리아의 전 총리 알도 모로를 납치해 몸값을 요구했다가 당시 총리였던 줄리오 안드레오티가 이를 거부하자 알도 모로를 살해했다는 정보가 자막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영화는 다음 장면에서 구체적인 맥락을 알려주지 않은 채 암살로 사망하는 사람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주며 안드레오티의 정치 인생이 피로 얼룩져 있음을 보여준다.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총리와 장관을 여러 번 거친 거물 정치인이다. 그는 정치적 동료들과 함께 작은 방에 모여 앉아 항상 누가 누구의 편인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정치 권력을 공고히 한다. 그 와중에 안드레오티의 심기를 거스른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암살을 당한다. 한편 검찰은 안드레오티와 마피아의 연관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즉 안드레오티가 정치적 반대편을 제거하기 위해 마피아와 손을 잡고 암살을 사주해왔다는 것이다. 결국 각각 다른 혐의로 재판들이 열리지만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 부족으로 재판들은 하나둘씩 기각된다.

하지만 26개의 고발로 인해 재판은 멈추지 않고 영화는 다시 재판정에 출석한 무표정하고 창백한 안드레오티의 표정에서 끝난다. 그리고 자막으로 이후 재판의 과정을 간략하게 알려준다. 마피아와 결탁해 다른 정치인의 살해를 사주했다는 혐의들에 대해 그는 1999년에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2002년에는 24년형을 선고받았고 2003년에는 다시 무죄를 선고받았다.“

참고 :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052751&cid=42621&categoryId=44419

50여년 이상 줄리오 안드레오티는

이태리의 가장 영향력 있는 두렵고 비밀스러운 정치인이었다

안드레오티는 스핑크스, 꼽추, 검은 교황

그리고 일 디보(신이 내린 사람)라 불렸으며

각종 음모, 뇌물수뢰와 살인교사 등 혐의를 받았으나 무죄로 풀려났다

1991년에 그는 종신 상원의원이 되었다

디 가스페리는 하느님께 얘기했지만

안드레오티는 신부와 얘기했대

신부는 투표권이 있지만...

하느님은 없으니까

파올로 소렌티노가 세계적인 관심을 받게 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준 영화 ‘일 디보’는 이탈리아의 정치사를 모른다면 조금은 이해가 어려운 영화일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탈리아 정치에 대해 알고 있는 것 없어 몇몇 부분에서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봤다. 하지만 그걸 모르더라도 이 영화의 주인공 줄리오 안드레오티를 중심으로 마치 범죄 조직이 어떤 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관리하고 접수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처럼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별의별 암투와 이면의 추잡함을 보게 됨으로써 권력욕이란 뭔지 정치의 더러움이 뭔지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문제작이라 말할 수 있고 야심작이기도 하다.

파올로 소렌티노 특유의 감각적 연출은 이 영화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다 느닷없이 개인의 내면으로 파고들거나 그걸 시각적인 방식으로 이해시키려고 하는 등 이후의 영화에서는 더 강조되는 그런 부분들이 이번에도 눈에 들어오지만 아직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던 상황이었는지 지금과 비교한다면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피로 얼룩졌다는 비난과 부패의 중심이라는 평가에 오해일 뿐이라고 항변하는 줄리오 안드레오티라는 정치인에 대한 영화지만 한편으로는 실제 사실과 여러 평가를 토대로 그의 삶을 영화로 옮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파올로 소렌티노가 자신만의 해석으로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내면을 살펴봄으로써 어떤 것이 진실인지 궁금해지게 하고 있고 과연 그가 그의 주장대로 결백할까? 를 생각해보게 해준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를 다루지만 파올로 소렌티노는 진실이 무엇인지 파고들다가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듯 줄리오 안드레오티의 여러 모습들을 바라보고 보여준다. 한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밝음과 어둠을 들여다본다. 알다가도 모를 모습을 지켜본다.

명성을 얻기 전이라 여러 제약이 있었겠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만의 영화를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할 수 있고 출세작이라 파올로 소렌티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였다.

다만 이런 식으로 줄리오 안드레오티를 접하고 이탈리아 정치를 보게 되었을 때 과연 얼마나 사실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럽긴 하다. 한 개인의 내면에 관심을 집중하는 이후의 작품들을 생각한다면 파올로 소렌티노의 경력 속에서 조금은 이례적인 영화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근 발표한 ‘그때 그들’을 떠올리면 이탈리아 정치에 대해 그리고 가장 거대한 권력을 거머쥐었던 이들에 대해(줄리오 안드레오티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깊은 관심이 있기도 한 것 같다. 그게 아니면 이탈리아 정치에 대한 환별과 비난의 시선을 감추려고 하지 않고 있거나.

정치가 갖고 있는 온갖 더러움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게 하지만 온갖 위기에도 결국 그 자리를 지켜낸 모습을 보며 감탄해야 할 것인지 탄식을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보기도 한다.

자극적이고 강렬한 방식으로 혹은 음침하고 음산한 방식으로 이탈리아 정치판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참고 : 저기나 여기나 정치란 저런 식이구나... 라는 생각도 하게 해준다. 불쾌한 기분이 든다. 한편으로는 그게 저 세계의 작동방식이라는 생각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