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5, 플래그십 스토어의 버전업은 이런 것!
(패션5 외부)
한남동에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다. 그중에서도 패션5는 SPC그룹이 첫 번째로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한남동에서 제일 먼저 깃발을 꽂은 플래그십 스토어이기도 하다. 패션5는 고급 베이커리와 디저트를 개발하고 해외 진출을 꿈꾸며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다. 대중화보다는 고급화를 선택해 열심히 연구해 개발한 고급 빵의 가치를 알아보고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수 있는 고객을 원했고, 한남동은 그런 고객들이 많은 지역이다.
패션5는 2007년에 오픈했으니 올해로 열두 살이 되었다. 사람이라면 몰라도 기업이나 매장이 한 자리에서 12년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버틴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모습으로 꾸준히 성장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대체 비결이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비결이 ‘차별화’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패션5는 남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차별화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의 차별화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수준의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가 지금의 패션5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패션5 내부)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빵집이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직접 패션5를 보기 전에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패션5에서 파는 빵은 빵이라기보다는 예술작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모양만 화려하고 예쁜 것이 아니라 맛도 수준급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미 진귀한 빵들로 가득한데 새로 개발한 빵을 수시로 선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패션5에 50여 명의 셰프가 매일 빵을 연구하고 만들 수 있는 주방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패션5에서 개발한 빵 중 많은 인기를 끈 빵은 직영점이나 가맹점으로 나가기도 한다. 일단 파리크라상에서 다시 한 번 검증의 시간을 갖고 여기서도 인기가 확인되면 전국 파리바게트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판매한다. 제품을 상용화하기 전에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 테스트를 거치는 것이 성공을 위한 매우 중요한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는 소비자와의 진솔한 소통보다는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극대화시킨 플래그십들도 많다. 한마디로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인 플래그십들이다. 그런데 패션5는 다르다. 보여주기보다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택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발전시키는 모습이 플래그십 스토어라기보다는 랩스토어를 연상시킬 정도다.
소비자와의 진솔한 소통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 기업만의 ‘차이’를 만들어낸다. 성수동이나 홍대를 비롯한 핫한 지역에 가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멋진 플래그십들이 많다. 하지만 다시 갔을 때 원래 있던 그 자리를 여전히 지키는 매장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소비자들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차이’는 한 번은 눈길을 끌어도 다시 보면 식상하기 쉽다. 결국 소비자들의 발길이 이어지지 않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게 된다.
(SPC 플레이)
SPC그룹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남동의 패션5 말고도 두 곳이 더 있다. 하나는 SPC가 강남에 두 번째로 만든 ‘SPC스퀘어’이고, 다른 하나는 청담동에 세 번째로 만든 ‘SPC플레이’다.
그중에서도 SPC플레이는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다. 먹으면서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놀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외식산업에 흥미로운 경험을 융합한 ‘푸드테인먼트’를 지향하는 문화공간을 자처하고 있는 만큼, 각 브랜드별로 체험할 수 있는 경험들이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시닉 인피니티 미러를 설치한 엘리베이터나 해피포인트 앱이 있으면 원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체험장, 경품을 뽑을 수 있는 크레인 머신 등이 대표적이다. 3층 배스킨라빈스 브라운에서는 그동안 배스킨라빈스에서 선보였던 모든 아이스크림의 맛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아이스크림에 피자를 접목한 ‘폴라 피자’, 내 맘대로 만들어 볼 수 있는 ‘DIY 케이크’ 등도 만나볼 수 있다.
SPC플레이를 보면서 플래그십 스토어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고객들을 감동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똑같은 플래그십 스토어라도 주 고객층이 누구인가에 따라 차별화를 해야 한다. 고객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고려해 콘셉트를 달리하고, 특징을 살려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처음에는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냈다면 이후에는 다양한 문화를 접목하고 고객이 직접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비즈니스 트립을 할 때 플래그십을 보는 관점을 확대해야 한다. 외형상의 차이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를 보려고 노력하면 오랫동안 지속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