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인생, 같은 무게
삶은 결코 녹록한 여행이 아닙니다.
이제야 시련 끝 행복 시작이다 싶으면,
어느새 전보다 더 높은 고행의 산이 떡하니 버티고 서 있지요.
그래서 인생을 고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로 보나 불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교수님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웠고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남편과 착하기 그지없는 외동딸을 곁에 둔 누가 봐도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듯 보였죠.
그런데 어느 날 낯빛이 유난히 어두워서 무슨 안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뜻밖의 고백을 하는 게 아니겠어요.
“지나온 내 삶을 되돌아보니 행복했던 날보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지치고 힘들었던 날이 훨씬 더 많았구나. 다른 사람 인생인들 그렇지 않겠니?”
언제나 완벽한 삶을 사는 듯이 보였던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당황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모든 걸 다 가진 듯 보이는 사람도 세상사 힘들긴 마찬가지구나’라는 동질감과 함께 묘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이고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내 손에 쥔 작은 떡 하나가 커 보이기만 하는 남의 떡보다 훨씬 나을 수 있습니다. 보잘 것 없을지라도 내게 주어진 유일한 것이라면요. 못생긴 떡 속에 생각지도 못했던 달콤한 꿀이 숨겨져 있을지 또 어떻게 아나요?
누구의 삶이든 작정하고 뒤집어보면 행복하기만 한 인생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을 다 거기서 거기까지라고 하지 않나요. 그러니 내 인생만 고단하고 남루하다고 잦은 실망감에 빠지지 마세요. 다들 그렇게 숱한 상처와 고통을 안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니까.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위안이 되지요?
평탄하기만 한 삶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완벽해서, 나와 비교 대상조차 될 수 없었던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당신보다 훨씬 불행한 처지라는 걸 당신만 몰랐을 뿐입니다.
인생의 막다른 낭떠러지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사는 이유는 비록 비루한 삶일지라도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존재의 책임은 다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들 견디고 있는 거지요. “아프니까 인생이다”라는 말을 천만 번 되뇌며 언젠가는 이 지긋지긋한 시련이 끝날 것이라고 희망하면서요.
한 발만 삐끗해도 추락하는 벼랑 끝에서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 지금 우리들 모습이기도 합니다. 죽을힘을 다해 살다가도 문득문득 모든 걸 내려놓고 하늘을 향해 통곡하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남들은 별일 아니라고 해도 그 고통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압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아무리 크다 한들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절망하지 마세요. 이제껏 잘 버텨왔잖아요.
오늘이 불행할 마지막 날이라고 믿으며
하늘 향해 종주먹이라도 한번 날려보자고요.
그래!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크게 외쳐보면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