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메인 작가가 방송을 만드는 법
오전 11시. 기획 피디 팀과 작가 팀이 모두 모여 새로운 프로그램 기획에 대해 회의를 하는 날이다. 기획회의에서는 메인 작가의 역량과 후배들의 아이디어가 잘 맞물려야만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
기획단계는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개월 이상 소요된다. 어떤 프로그램은 장장 1년을 기획해서 2편에서 4편의 방송을 만들기도 한다. 기획 기간에는 보통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기획 때는 작가팀은 물론 피디 팀을 전체 다 꾸리지 않고 최소 인력을 꾸려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가료 역시 기존 작가료의 100%를 지급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최근에는 작가료의 60~80% 정도는 보장해 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획안 작업 순서”
기획 의도 → 제작 형식 → 제작 콘셉트 → 제작 일정 → 회차별 구성 및 장소 → 심사위원 → 세부 구성안
보통 기획안을 작업하는 순서는 위와 같다. 기획안 작업은 서브 작가들의 자료조사를 토대로 메인 작가가 도맡아야 할 영역 중 하나이다. 기획안을 쓸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많은 것들 중에 단연 소주제라고 말하고 싶다. 기획안의 소주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우선 폭넓은 스토리텔링은 필수다. 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현시대의 관심사와 프로그램을 엮어내면 좋다. 또 궁금증을 자극할만한 단어 혹은 귀에 박힐 수 있는 단어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주제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기획 의도와 콘셉트다. 여기서 나만의 기획 의도와 콘셉트를 잡는 방법을 간략히 소개한다.
“매력적인 기획 의도 쓰는 방법”
1. 시의성이 보이는 문장을 도입에 적어라
2. 현재 이 프로그램이 대중에게 왜 필요한지 적어라
3,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를 나열하라
“돋보이는 콘셉트 및 제작방향 잡는 법”
1. 타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부각해라
2. 요즘 뜨고 있는 촬영기법을 숙지해라
3. 시청자가 궁금해 할 부분을 긁어줘라
이 외에도 나는 기획 아이디어를 발상하기 위한 평소 몇 가지 습관이 있다.
“카페나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들 대화 엿듣기”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내용을 각색해 구성이나 대본에 녹이기도 한다. 또 대화 내용 중 몰랐던 것이나 새로운 화제들은 새 프로그램 기획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신문 기사 챙겨보기”
기사는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제목과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기획안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기사들의 제목을 보며 공부를 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화제가 되는 영화 찾아보기”
화제가 되는 영화를 알고 유행어를 알아야만 그 시기에 가장 유행의 선두에 설 수 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유행어를 나만의 문장으로 각색해서 넣는다면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센스 있는 소주제가 만들어질 것이다.
[방송 작가에 관한 흔해 빠진 오해 3탄]
“남자는 작가가 될 수 없을까?”
조금 안타깝지만 요즘도 남자 작가를 면접 보기 전 많은 작가들이 고민에 빠진다. 남자가 작가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대부분 남자가 작가가 되길 꺼려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여자가 많은 집단이기 때문에 우려하는 건데, 본인이 잘 적응하고 잘 동화된다면 전혀 문제가 될 이유가 없다. 선배 작가들도 처음에만 불편해하지, 오히려 듬직하다고 좋아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 그러니 남자라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는 후배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