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No! 리얼 100% 방송 작가의 세계
아무리 잘 해내려고 해도 매 순간 깨지고 부딪히고 상처받는다. 마음은 온통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잘 버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득하지만, 아수라장 같은 현장에서 쉴 새 없이 밀려오는 일들에 눈물을 떨굴 시간도 없다. 하지만 나는 글을 쓰고 방송을 만드는 일이 너무 좋다. 그래서 오늘도 ‘난장판’인 현장에 서 있다.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해?”
신입 작가 시절 동기들과 얘기할 때 우리 스스로를 두고 ‘잡가’라고 칭했다. 왜일까? 내가 작가가 돼서 이런 것까지 해야 할 줄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밥 주문하기, 출연진 기상 및 동선 체크, 날씨 체크, 소품 구매하기, 다과 준비하기, 심지어 촬영할 개집 치우기까지. 아! 가장 중요한 모두의 비위 맞추기도 있다. 한마디로 말해 프로그램 기획 초기부터 방송이 전파를 타기까지, 작가의 손이 미치지 않는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할 일이 많으니 ‘잡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오는 것이다.
방송 작가, 특히 신입 작가와 서브 작가들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 작가들이 제 자리를 지키지 못하면 방송이 마비될 정도이니 말이다. 고로 자신이 맡은 일이 잡무라고 생각해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 조금 더 쉽게 말하자면 지금 당신이 하는 잡무가 큰 녹화를 치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부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잡무가 기반이 되어야만 작가로서 한 발 더 내디딜 수 있다. 비록 당신이 당시에 느끼는 감정은 ‘내가 이러려고 작가가 됐나?’일지라도 말이다.
“모르는 사람과 통화를 하고 섭외를 한다는 일”
처음 신입 작가가 되고 연예인을 섭외하는데 얼마나 떨리던지, 차마 메인 작가 앞에서 전화를 할 수가 없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전화 통화를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그게 좋은 방법이 아니었음을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아 깨달았다. 결국 지금 생각해보 땀이 삐질삐질 나는 실수를 했다. 신입 작가 때는 섭외 대상자들과 통화하면서 당연히 실수할 수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난 당시 실수해서 혼날까 봐 그걸 간과했던 거다.
요즘도 몇몇 신입 작가들은 내 앞에서 섭외 전화 혹은 취재 전화를 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얘기한다. “나가서 통화하는 거 다 알아. 그냥 자리에서 해.” 이 말의 뜻은 ‘네가 실수를 하면 내가 수습해줄게.’라는 것이다.
- 섭외 전화할 때의 요령
① 메모장 적극 활용하기(통화하기 전 반드시 체크해야 할 말 적어두기)
② 통화 후 확인 문자 남기기(통화했다고 안심하지 말고 한 번 더 확인하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작가의 숙명”
방송 작가들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룬다. 벌어지는 것들 모두가 방송 아이템이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방송 작가로 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팔방미인이 된다. 사건 사고를 파헤치다가 부부간의 갈등 해결책도 찾아본다. 반려동물의 건강을 확인하기도 하고, 살림의 고수를 만나 그 비책을 들어보기도 한다. 방송 작가는 일상이 곧 자료조사와 아이템 찾기이므로 세상일 구석구석 모르는 것이 없다. 그만큼 안 가는 곳도 없다. 여객선이 닿지 않아 통통배를 타고 가야만 닿는 섬, 연예인 연습실, 수술실 등 보통 사람들이 들어가기 힘들었던 곳을 작가는 다 가볼 수 있다. 하지만 여간 쉽지만은 않다. 그렇기에 방송 작가에게는 꼭 필요한 자질이 있다.
- 방송 작가에게 꼭 필요한 자질
① 항상 호기심이 넘친다.
② 활동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③ 여행을 좋아한다.
④ 어디서든 자고, 어디서든 먹을 준비가 되어 있다.
[방송 작가에 관한 흔해 빠진 오해 1탄]
“글 써서 밥은 먹고 살겠니?”
입봉을 하지 않은 신입 작가(0~3년차) 때의 수입은 대부분 비슷하다. 2019년 기준으로 월 180만 원 내외다. 하지만 입봉을 하고 난 뒤 서브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게 되면 상황은 다르다. 보통은 연차×10을 평균 작가료(7년 차라면 7×10×4주=290만 원)로 책정하지만, 5~7년차를 넘어가면 본인의 역량에 따라 투잡을 할 수도 있고 쓰리잡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연차가 올라갈수록 작가료는 천차만별이라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