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영화의 광고 중 하나가 레트로라는 표현이다. 어느 날부터 레트로라는 단어가 유행 아닌 유행처럼 많이 쓴다. 복고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한국도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생각되는지 갈수록 레트로가 많다. 과거 자신들의 10대 후반에서 20대를 보낸 사람들이 젊음을 추억한다. 그 추억에 현대의 젊은이들도 함께 호응하며 유행이 되었다. 최근 드라마나 영화들에서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는 형식의 작품이 많은 것도 이런 점 때문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많이 쏟아지고 있다.

레트로라는 단어를 전면으로 내세운 <유열의 음악앨범>은 처음부터 명백하게 과거를 추억삼아 진행된다. 1994년이 첫 배경이다. 베이커리가 있지만 그 곳은 조촐하게 운영되는 곳이다. 현우(정해인)는 베이커리에 들어와 두부를 찾는다. 미수(김고은)는 어리둥절하며 이유를 모른다. 바로 위에 슈퍼가 있다고 알려준다. 그 순간에 '유열의 음악앨범' 첫 방송이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온다. 이 때 현우는 운명을 느낀다. 요 방송은 실제로 유열의 목소리로 나온다.

살짝 궁금했던 것은 첫 방송으로 나온 그 멘트가 영화상이 아닌 현실에서도 똑같았는지 궁금했다. 영화에서 90년 대 음악이 꽤 많이 나와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추억과 함께 레트로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줄거리는 현우와 미수가 10년동안 만나고 헤어지며 서로를 알아가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현우는 고등학생 때 실수로 친구가 죽게 되었다. 영화 상에서는 이 부분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현우의 잘못인지 여부를 알 수 없다. 그저 슬쩍 묘사만 된다.

이로 인해 현우가 엄청난 트라우마를 갖게 되고 친구들과 사이에서도 이 부분은 항상 부딪치고 반목도 된다. 여기에 배경은 94년, 97년, 2000년, 2005년이다. 최종적으로 2005년이 제일 많이 배경으로 나온 느낌이 들었다. 레트로 감성이라는 표현을 하는데 이 부분이 다소 올드하는 느낌도 솔직히 있다. 그러다보니 영화도 살짝 올드한 것이 있었다. 레트로 감성이 있다고 감수성마저 올드한 느낌이 들면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최근 <너의 결혼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영화도 분명히 레트로 감성이 영화에서 나오지만 올드하지 않고 내용이 전개되었다. 반면 이 영화는 그 부분에 있어서 영화 내용 자체가 통통 뛰는 것은 없었다 좀 더 발랄하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있었던 김고은이지만 그런 부분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게 볼 때 감독이 남자인데도 오히려 정해인에게 좀 더 비중이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둘이 함께 있는 씬에서도 정해인이 몸이 좋아 그런지 혼자만 옷을 벗는 걸 보니 더 그런 생각이 솔직히 들었다.

영화 배경으로 천리안이 나오는데 무척이나 반가웠다. 당시에는 하이텔과 천리안이 있었는데 천리안이 후발주자였다. 둘 다 하기는 했지만 난 천리안을 좀 더 많이 했다. 영화에서 삐삐도 나왔으면 좋았는데 그건 생략한 부분은 좀 아쉬웠다. 삐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꽤 긴 시간동안 사람들이 갖고 다니던 거였는데 말이다. 둘이 헤어진 후에 각자 어려운 시절은 보낸다. 미수는 취직을 했지만 본인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돈을 벌기 위한 일자리를 하면서 자존감이 떨어졌다.

현우는 현우대로 열심히 살려고 하지만 생각처럼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그 모습은 청춘의 자화상을 그리려 한 듯했다. 청춘은 하고 싶다고 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대로 잘 되지도 않는다. 쓰고보니 나이를 먹는다고 달라 질 것은 없지만 청춘은 여전히 그런 부분에 있어 희망을 갖고 도전할 수있다. 이 부분은 사랑도 마찬가지다. 얼마든지 웃으면서 서로 이야기로 풀 수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자존심이 부딪치고 상대에게 배려를 강요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20대라는 젊음과 패기는 장점이자 가장 취약한 부분이다. 불탄 것처럼 활활 타오를 수 있지만 지나친 감정과잉으로 멈춤이나 되돌아봄없이 달려나가기도 한다. 20대 사랑이 더 뜨겁고 아름답지만 생각보다 많이 헤어지는 이유가 아닐까도 한다. 자기 혼자 스스로 자립하기도 힘들고 세상에 적응하기도 버거운 여정에 사랑은 가장 힘이 되지만 어렵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듣고 고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사람은 행복하지만 상대방을 제대로 보다듬어 주지 못할 때가 많을 시기기도 하다.

그렇게 미수와 현우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서로 만나고 헤어질 때 아무런 기약도 없다. 또 다시 만나기 위해 서로 노력을 한다. 노력의 결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 만남에서는 철저한 운에 의한 만남이다. 생각보다 헤어진 사람이 다시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살다보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지만 서울만 놓고 봐도 1,000만 명이 살고 있어 의외로 어렵다. 노력을 한다면 만날 수는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거 어렵다.

현우가 말한다. 자신을 믿어주는 딱 한 명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과거를 전부 듣고도 자신을 믿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렇게 진행되지는 않는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아쉬운 것은 2019년에 나온 영화라면 레트로를 차용했어도 현대감각에 맞는 감성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했다. 내 입장에서는 감수성 자체가 레트로니 상관없긴 해도 말이다.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는 영화라 조금만 더 밝았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20대의 사랑은 언제나 좋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미수와 현우의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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