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주연배우를 봤을 때, 이 영화는 꼭 봐야지~ 생각이 드는 느낌이 참 좋은 영화였다.
지인이 시사회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반갑게 수락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다가 저녁 시사회를 위해 집을 나서는 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작품 분명 좋겠지만, 다른 인디영화들이 그러하듯, 상영관이 많지 않을 테고, 스크린으로 감상하려면
시사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겠기에 왕복 4시간의 서울행을 택했다.

영화는 분명 흔한 소재였다.
애어른과 어른애의 삐걱대는 동거 속에서 성장하는 이야기였는데
정말 피톤치드 같았다.  영화[우리들]을 보며 느꼈던 그 신선함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영화의 역사가 얼마나 될까? 그 긴 세월 동안 또 얼마나 많은 영화들이 만들어졌겠는가?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정말 어렵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클리셰의 늪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그런데 영화[어른도감]은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

열네 살 경언은 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생면부지의 삼촌 재민을 만난다.
어설픈 사기꾼 재민은 경언 앞에 남겨진 아버지의 보험금을 모두 잃게 된다.
재민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동네 약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려 하는데,
경언을 가담시켜 부녀를 가장해 약사 점희에게 접근한다.

분명 사랑이 많은 삼촌이고, 악하지 않은 사람은 맞는 것 같은데, 하는 짓마다 모자라 보이고,
정신 차리라고 한대 쥐어박아주고 싶은 그런 캐릭터다.

점희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긴 했으나 그의 행동을 보면 본디 저런 사람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수해 보였고... 내심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게 다 사기꾼의 완벽한 기술이었나 싶기도 하고....

배우 엄태구 하면, [택시운전사]에서 비포장도로의 검문소에서 중사 역의 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밀정]에서 하시모토 역 역시 그의 카리스마가 작열했었는데
철없는 삼촌 재민의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는데, [어른도감]에서 재민역의 엄태구를 보며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경언역의 이재인배우
처음보는 얼굴 같은데?  신인인가?
2004년생 어린 배우이지만 재인양의 네이버에 나와있는 필모를 보니 8건이나 된다.
요즘 영화 속에서 정말 연기 잘하는구나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아역배우들을 자주 본다.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겠구나 싶다...

그리고 작품을 반짝반짝 빛을 내준 조연들...
우리의 함안댁 이정은배우님, 김새벽배우님, 황정민배우님까지....
그리고 손바닥에 참을인을 세번쓰고 그것을 먹으면 못참을 일이 없다고 경언에게 말해준
아빠역의 최덕문배우님은 우정출연...^^

19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 넷팩상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어른도감]

"어쩌다 어른"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제목이 참 마음에 와닿았다.
그냥 세월이 흐르고,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되어있더라... 속된 말에 나잇값 하라는 말이 있다.
이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내가 어렸을 적에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들을 보며 했던 생각들도
떠오르고... 극중 삼촌은 참 어른스럽지 못한 어른이지만 조카와 함께하며 조금씩 조금씩
어른스러워질 것이고 그런 조짐이 보여서, 이 영화가 따뜻하게 다가오고 좋았다.

영화를 만든 김인선 감독님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소녀 경헌이와 아직은 아이 같은 철이 좀 덜 든 삼촌의 성장 드라마다. 뭔가 부족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다른 누군가를 만나면서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 시간을 통과해가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