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이런 드라마가 자주 나와야 한다. 드라마가 엄청나게 재미있게 훌륭하다는 의미보다는 짧고 굵게 임팩트있다. 잡다한 내용은 전부 걷어내고 오롯이 직진하는 드라마다. 이럴 수 있는 드라마는 많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횟수와 연결되어있다. 영화가 짧고 강렬한 이유는 시간이다. 아무리 길어도 3시간이라는 런닝타임 안에 하고 싶은 모든 이야기를 전부 쏟아내야 한다. 이러니 자연스럽게 내용이 충실하다.

한국 드라마가 대부분 용두사미가 되는 이유는 횟수인 경우가 많다. 최대한 그 횟수만큼 분량을 채워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쓸데없는 로맨스가 들어가거나 그다지 내용과 상관없는 엉뚱한 장면이 삽입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횟수를 채울 수 없다. 작품으로 하고 싶은 내용은 거의 끝났는데 여전히 횟수가 남을 수밖에 없으니 늘이고 또 늘이며 분량을 채우는 것 이외는 방법이 없다.

우리가 미드나 일드를 볼 때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자주 드는 이유는 바로 이거다. 대체로 미드는 길어야 10부작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사전 제작식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일주일에 하나 정도만 방영된다. 충실히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있다. 반면 한국은 무려 16부작이다. 대부분 미국드라마보다 6회가 더 길다. 솔직히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더 양질의 제작진이 작품을 만든다. 이럼에도 우리보다 횟수가 짧다.

한국은 누가 법을 만든 것도 아닌데 무조건 16회 이상으로 방영된다. 거의 유일하게 그 이하가 될 때는 시청률이 안 좋을 때다. 반대로 그 이상으로 횟수가 늘어날 때는 시청률이 좋아서다. 10회로 제작된 드라마가 거의 없다. 그 이하도 없다. 그나마 최근에 가끔 파일럿 프로처럼 4~6회 정도의 드라마가 방영된다. 그럴 때마다 꽤 인기가 좋다. 시청자들의 반응도 좋고 작품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다. 이런 작품이 <아르곤>이다.

당연히 16회로 진행되는 드라마인줄 알았는데 보다보니 10회로 착각했다. 정작 드라마가 8회로 아주 굵고 짧게 작품속 세계에서 해야 할 것을 잘 전달한다. 좌고우면하지 않는다. 솔직히 횟수를 볼 때 그럴 여유가 없다. 무려 8회 안에 모든 것을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이런 로맨스 등은 끼어들 틈도 없다. 솔직히 마지막 회를 볼 때는 2회 정도 더 방영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다. 마지막 거대 악을 추적하고 해결하는 장면을 기대했는데 말이다.

아르곤은 특정 방송사의 뉴스프로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그것이 알고 싶다와 비슷하다. 진실만을 밝히려 노력하고 누구의 터치도 받지 않으려 노력한다. 자사의 뉴스라도 잘못되면 언론인의 사명을 갖고 보도한다. 어떻게 보면 언론의 너무나 당연한 역할인데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을 볼 때 판타지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론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 그것도 마지막에 - 언론의 자유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들의 책임감도 막중하다.

그렇다하더라도 언론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자기가 할 말을 해야한다. 그것이 바로 언론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 어떤 조직이라도 잘못된 것이 있으면 보도를 하고 뉴스를 내보내야한다. 낮을 곳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높은 곳을 보며 감시하고 그들의 잘못은 고발해야한다. 그래야 사회가 깨끗해지고 맑아진다. 이런 드라마가 바로 <아르곤>이었다. 드라마에 출연한 모든 배우도 참 멋졌다. 누구 하나 멋져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역할에 충실한 것이 더욱 좋았다.

아무래도 주연인 김주혁, 천우희, 박원상 등이 멋진 역할을 했다. 그들의 행동이 멋지거나 캐릭터가 훌륭했다는 것이 아니다. 결코 꾸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역할을 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 각 직업의 충실도였다. 쓸데없이 멋진 직업으로 보여준다. 직업은 어디까지나 신기한 소재로 쓰일 뿐 현실과 괴리가 많을 때가 너무 많다. 아르곤은 그런 것에 전혀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일 정도로 매 사건에 집중하고 그것만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거꾸로 8회까지 밖에 방영되지 않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실질적으로 이런 드라마가 시즌제로 방영되어야 한다. 외국은 이런 드라마가 성공하면 어김없이 시즌제로 방영되며 더 많은 인기와 사랑을 받는다. 한국은 조율문제로 힘들어한다. 솔직히 출연한 배우들을 볼 때 충분히 다음 시즌제가 가능할 것 같다. <막돼먹은 영애씨>처럼 시즌제가 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응원한다. 이런 드라마는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