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의도했던 영화가 아니었다. <공조>를 볼 생각은 전혀 없었다. <레지던트 이블>을 보러 갔다. 호기롭게 몇시 몇분 표 주세요했는데 그 영화가 그 시간에 없단다. 알고보니 내가 착각을 했다. 날짜를 잘못 봤다. 일단 후퇴. 그렇다고 다른 극장으로 가는 것도 시간이 애매했다. 영화 보는 걸 포기하자고 마음 먹었다. <공조>에 약간 끌리긴 했지만 - 그래도 온 김에 영화를 보자는 마음 때문에 - 망설였다. 매표 기계가 있어 호기심에 눌렀다.

순서에 입각해서 하나씩 입력하다 마지막에 결재하는 순간에 다양한 결재수단이 떴는데 그중에서 포인트가 있었다. 혹시나 하고 포인트를 바코드에 찍었더니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역시나 공짜는 무섭다. 그걸 알게되자마자 나도 모르게 결재했다. 그렇게 우연히 뜻하지 않게 <공조>를 봤다. 지극히 예상되고 예측되는 영화지만 그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얼마나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즐길수 있느냐가 핵심인 영화다.

현재 흥행 1등을 하는 이유가 있다. 재미있었다. 뜻하지 않게 봤지만 예상대로였지만 재미는 분명히 있었다. 영화는 현빈과 유해진의 투톱 영화다. 한국에서 실제로 <투캅스>가 본이 된 후에 남자 2명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많다. 게다가 한국만의 장르인 남북한. 실제로 <쉬리>부터 북한이 영화에 등장했다. 주로 북한 군이 나올 때가 많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만이 만들수 있는 특수장르다.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의 버디무비든, 로맨스든.

남북한이 만나 무엇인가 사건이 벌어지는 현상은 대부분 흥미는 간다. 어느덧 꽤 많은 작품이 나오며 이제는 좀 정형화된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신기하게도 북한군은 전부 꽃미남이다. 북한군이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액션물은 워낙 북한군이 중요한 역할이라 그런지 대부분 꽃미남 배우가 역할을 맞는다. 이러다보니 신기하게도 북한군남자는 다 잘 생겼고 남한 사람은 비쥬얼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남남북녀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대체적으로 북한군은 대단한 연기력보다는 액션을 할 수 있는 몸매와 어딘지 묵직한 느낌이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남한 사람은 좀 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니 비쥬얼보다는 연기력이 보다 중요하다. 역할 구분이 확실하다고 할까. 북한군은 액션과 비쥬얼을 담당하고 남한사람은 극을 이끌어가며 연기를 보여야한다. 이런 설정은 대부분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일하게 펼쳐지는 이제는 좀 정형화된 패턴으로 보인다.

<공조>에서 역시나 현빈은 액션과 비쥬얼을 담당한다. 생각해보니 현빈은 대단한 연기가 필요하진 않았다. 과묵하게 있다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한 두마디 던지고 보기 좋은 액션을 펼친다. 가끔 미소를 보여주면 된다. 반면에 유해진은 온갖 고생은 다하고 극을 이끌어 가야하며 웃음을 책임지고 있다. 그래도 가끔 액션도 보여주긴 한다. 여기에 악당. 이런 패턴이지만 각자 역할을 잘하고 코메디를 적당히 잘 섞어 영화는 재미있다. 특히나 생각지도 못한 임윤아의 장면은 의외로 재미있었다.

드라마에서 거의 대부분 청초하고 비련의 이미지라면 이번 <공조>에서 임윤아는 경쾌하고 푼수다. 오히려 힘을 완전히 빼고 연기하고 있어 더 친근하고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연기를 좀 더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오히려 더 잘 어울렸다. 이미 <럭키>를 통해 원톱의 능력을 보여준 유해진은 이번 영화로 다시 한 번 혼자 힘으로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고 흥행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유해진이 없었다면 이 영화는 절대로 흥행에 성공하지도 입체적인 영화로 성공하지도 못했다.

김주혁은 다소 뻔하지만 전형적인 악당을 잘 연기했다. 이 영화에서 악당은 고민이나 번뇌따위는 없다. 그저 악당일 뿐이다. 현빈은 그동안 영화 흥행에서 다소 좋지 못했는데 이번 영화로 흥행에 성공했으니 다음 영화에서 좀 더 입체적인 역할을 맞으면 좋겠다. 비슷한 패턴의 이미지를 영화에서 선 보이는 듯하다. 이번 영화처럼 제대로 갖고 있는 이미지를 잘 써먹는 영화도 좋지만. 아무래도 이 영화는 어떤 내용보다는 배우들을 더 많이 언급하게 된다.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관객에게 전달하는데 전부 성공했다. 어차피 웃기려고 넣은 에피소드인데 웃기지 않으면 그마저도 더 처참하다. 의미없어 보여도 그런 장면덕분에 잠시 이완되며 웃고 넘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큰 줄거리인 위폐에 대한 이야기나 마지막 내용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그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보면 된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 여자분들이 "현빈 너무 잘 생기지 않았니?"한다. 그렇게 현빈의 잘생김과 유해진의 웃김으로 영화는 명확하게 관객을 만나는 영화다.

핑크팬더의 결정적 한 장면 : 유해진의 1대 10정도의 격투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