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사람으로 가장 두려운 건 죽음이다. 죽음은 현재 애착을 갖고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한 이별이고, 내가 없는 세상을 슬퍼할 누군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이다. 운이 좋지 않아 살아 숨 쉬는 게 고통으로만 느껴지는 사람에게도 죽음이 파티가 되긴 어렵다. 실상은 아무것도 겪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쩌면 무슨 일을 경험할지도 모른다는 무지가 죽음에 대한 공포를 만들기 때문이다. 죽으면 천국이라 불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에 가게 될 거라고 긍정적으로 믿기엔, 삶의 매 순간이 크고 작은 죄의 물결. 이를 피하기란 인간인 이상 쉽지 않다. 긍정적인 결과를 확신할 수 없게 되는 순간, 부정적인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에 자리 잡게 된다. 그래서 인간의 역사엔 늘 종교가 함께하겠지만, 신앙마저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사후 세계를 경험해 죽음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게 된다면 어떨까.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라지고, 다음 생이라 할 수 있는 죽음 이후를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현재의 삶은 죽음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아주 새로워지지 않을까.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사후 세계를 탐험하는 영계 탐사자들을 상상해냈다. 마치 고산을 오르고 심해를 파고드는 여느 탐사대들처럼, 그가 그려낸 미카엘과 라울의 영계 탐사대 "타나토노트"들은 거듭되는 실패에 조금씩 발전해가며 탐사지역을 확장한다. 영적인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했던 사후 세계가 현실의 일부인 우주의 어딘가임을 알아내고, 사후 세계가 현실의 삶과 뗄 수 없는 체계 아래 놓여 있음을 밝혀내는 이들의 성과는 인류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 놓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세계에서는 성전과 예술 등을 통해 수없이 은유되었던 사후 세계에 대한 단서들이 사실로 여겨진다. 살아 있는 인간의 영원한 관심 영역인 사후 세계가 더 이상 모호한 은유로 남지 않고, 분명한 묘사로 드러나버린다. 미지의 세계에 대해 꿈을 꾸고, 진리를 찾기 위해 연구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인간의 호기심은 인간다움의 한 요소지만, 전부를 다 알아버린 인간에게 호기심은 더 의미를 지닐 수 없을 것이다. 미지의 세계를 알고자 하는 인류의 열정이 그만큼 가치 있는 무언가로 대체될 수 있을지, 그 자리엔 나태함만이 자리하지는 않을지 또 다른 공포가 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지금까지 우리가 겪지 못한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새 문제들도 보여준다. 두 권의 타나토노트를 긴 시간에 걸쳐 읽으며 유관한 꿈을 많이도 꿨다. 내 꿈속의 세계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그의 탄탄하고도 유쾌한 상상력에 박수를, 아직 무지한 인류에 안도를 보낸다.

신기하게도 어떤 스타가 죽고 나면 그의 음반이 불티나게 팔리고, 그의 영화가 텔레비전에 되풀이해서 방영되었다. 그리고 모두들 그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마치 죽음이 그의 모든 죄를 씻어 주는 것 같았다. (1권, P. 24) 

죽음이 고통스러울수록 큰 수난을 겪은 것으로 인정을 받지요. 당신이 불에 타 죽었더라면 선업 점수 1백 점을 얻었을 것입니다. (2권, P. 235)

나 역시 이기심 때문에, 게으름 때문에, 그리고 내 삶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언제나 착하게 굴었다. 악하게 살려면, 남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고 남의 방어 행동을 고려해야 하며 남을 괴롭힐 수 있는 못된 짓을 구상해야 한다. 그러나 착하게 살면 남을 간섭하지도 않고 남의 간섭도 받지 않으며 살 수 있다. 친절은 조용히 살기 위한 가장 편안한 방법이다. (2권, P. 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