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너무 멀리 가 버린 생각의 끄트머리에서 현실감을 되찾아 오기 바쁘다. 사건 사고 뉴스 하나만 보아도 걱정거리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단서들에 허우적거린다. 걱정이 심해질 때면 어디는 가지 말아야지, 어떤 건 절대 하지 말아야지 등등 일련의 다짐을 하고 나서야 겨우 안정을 찾는다. 감각은 또 어떠한가. 남들은 자기 일에 빠져 들리지도 않는 잡음에 온 신경을 쏟아버리곤 문제의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것에도 집중을 하지 못한다. 세상에 온통 걱정되고 거슬리는 것들 천지인 예민한 나는, 한때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나 있을지 자타가 우려하는 극도로 예민한 애였다.

지금이라고 크게 다르진 않지만, 다년간 만난 사람들과 반복된 자아성찰 덕에 비교적 사회화가 이뤄졌다. 여기까지 오는 데 가장 결정적 역할을 했던 일들 중 하나는,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이라는 책과의 만남이다. 갓 스무 살이 넘었을 즈음, 갖가지 내적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철학과에 진학했을 뿐 아니라 닥치는 대로 도움이 될 법한 책들을 찾아 읽었다.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도 당시에 읽었던 것인데, 늘 난치병 정도로 여겼던 내 예민함을 나의 고유한 특성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보통의 회사생활에서 나누지 않는 세계관에 대한 대화를 줄곧 나누는 직장 동료에게 추천받은 이 책,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는 이제 거의 십 년 전에 읽은 그 책을 떠올리게 한다. 미워지고, 억울하게 느껴졌던 것들을 받아들이게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동료 역시 지인으로부터 이 책을 추천받았는데, 대화를 통해 나도 그녀 자신과 비슷한 부분이 있어 공감할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란다. 이 책에서 파고드는 유형의 사람들은 저자가 '정신적 과잉 활동인'이라고 부르는 타입으로, 세상에 약 15~30% 정도로 적지 않다고 한다. 다만 이런 예민종자들은 사회에서 자신의 특성이 잘 이해받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에 쉽게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다행히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단다. 동료 또한 나를 그렇게 알아본 셈. 그렇다고 이 부류에 속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특성을 가진 건 아니다. 가장 단적인 예로, 전형적인 정신적 과잉 활동인으로 아주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고, 사회생활에 실패한 경험이 우울을 가져다준 덕에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더라. 나는 후자, 동료는 전자에 속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들의 특성을 격려하며 설명하는 이 책은, 이들이 어떤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떻게 사회생활을 순탄하게 해 나갈 수 있는지 팁을 제시한다. 전반적으로 너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 넌 오히려 조금 더 뛰어난 걸, 하고 말하는 이 책은 너무 비행기 태우는 느낌이 있어 완전히 마음에 와 닿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지금 보다 혼란스럽던 시절 내가 느꼈던 위안을 다시 되새기게 한다는 부분에서 반갑고 고맙게 느껴졌다. 게다가 내가 그나마 좌절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자존감이 꽤 높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깨닫게 됐다. 살아남기 위해 자존감은 꽤 중요한 부분이라며 소개하는 자존감 높이는 방법들이, 그 마음이 어지럽던 시절 이후 노력해 오던 것들과 일치했다. 어쩐지 스스로 기특해졌다. 너무 비행기 띄우는 것 같다고 느껴놓곤, 결국 우쭐해지게 만드는 책이 아닌가. 이런 면에선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예민함과 까탈스러움이 미운 사람들에겐, 긴 마라톤의 시원한 생수 한 병처럼, 도움이 될 것 같다.

좌뇌형 인간의 눈에는 우뇌형 인간의 세상이 기이해 보이고 우뇌형 인간은 좌뇌형 인간의 세상을 이해하기 어렵다. 명심하라. 더 이상 보통 사람들에게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보지 마라. 그들은 당신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답을 줄 수 없다. (196쪽) 

어떤 감정을 자주 느낄 수록 그 감정에 빠지기가 쉬워진다. 어떤 기분에 젖어 지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반사적으로 그 기분 상태로 돌아오게 된다. 기분의 '고속도로'라는 표현은 기분의 자동적인 발동이 그러한 수준까지 미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내가 몇 번 연달아 아침에 우울한 기분을 느꼈다면 매일 아침 우울한 기분에 젖을 확률이 높아질 뿐 안이라 아예 우울함을 편안하게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20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