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칼럼(대중문화) - 여성포털이지데이

수학은 그저 학생때 배우는 걸로 끝났다. 그렇게 수학은 나에게 왔었고 늘 이야기하는 것처럼 수학 배운 후 사회에 나가 써 먹을 일도 없다는 이야기를 철썩같이 믿으며 자랐다. 실제로 몰라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수학보다는 우리 때 산수라고 불리던 사친연산정도나 중요하게 여겼다. 좀 더 지식이 쌓이고 견문을 넓히며 무엇인가를 하려 했더니 그때마다 부딪힌 것이 바로 수학이었다. 내 삶에 느닷없이 찾아왔다.

여전히 일상 생활에서 몰라도 전혀 상관없는 것은 똑같다.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지 수학이 필요없다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우리가 살아가는 대부분 수학이 반드시 필요한데 내가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 특히나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전자제품이 그렇다. 갈수록 더더욱 수학의 필요성은 증가한다. 컴퓨터로 본격화된 알고리즘과 스마트폰으로 폭발한 수학은 우리가 인지를 못할 뿐 사회 곳곳에서 어김없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현대에 들어와서 알고리즘을 비롯한 단어들과 함께 수학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지만 과거에는 천재들의 놀이(??)였다.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을 보면 그런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인들은 관심조차도 없고 살아가는 데 하등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 똑똑한 인간들이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지시를 내리면 그저 신기하다고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이었다. 전쟁은 문명을 파괴하지만 특정 분야에서는 인류를 진보시켰다.

각종 무기들도 전부 그 기술을 받쳐줘야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어야 했다. 이럴 때 수학적으로 고도의 계산이 필요하다. 더 확장하면 물리까지 전개되겠지만.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에 독일은 거의 일방적으로 유럽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들은 유럽의 다른 국가들보다 앞선 기술과 잘 훈련되고 체계화된 조직으로 거침없이 유럽대륙을 점령했다. 기가막히게 유럽 연합군의 부대를 타격했다.

그때마다 분명히 모스신호와 같은 다양한 암호가 송수신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어떤 내용인지 해독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에 영국정부는 수학자를 비롯한 각 분야의 천재들을 모아놓고 이를 해독하려 했다. 독일의 암호는 에니그마라고 하여 암호를 풀려면 수없이 많은 조합이 필요했고 겨우 이를 근접하게 알아내도 늘 변경이 되어 시도는 했지만 풀지 못했다. 이에 엘링 튜링(베네딕트 컴버배치)은 세계 최초 컴퓨터라 할 수 있는 '튜링 머신'을 만든다.

대부분 천재들처럼 앨런은 사회성이 떨어졌다.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어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올곧게 자신이 해야 할 것만 신경쓰고 그 이외에는 전혀 관심도 신경도 쓰지 않았다. 주변 동료들을 그런 그를 기피하고 꺼려한다. 우연히 조안 클라크(키이라 나이틀리)를 알게 된다. 조안은 퍼즐을 기가막히게 풀어 도움을 주는데 앨런의 부족한 사회성을 알려주고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도와준다.

앨런이 고안한 컴퓨터는 수많은 조합을 연결할 수 있게 만들어 주지만 문제는 외부 입력이 너무 많아 당시 기술로는 단시간에 암호를 해독할 수 없었다. 우연히 독일이 보내는 암호의 패턴을 알아내고 이를 근거로 단순화하자 비밀이 풀렸다. 비밀을 알았지만 독일이 이를 눈치채고 변경할 수 있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전쟁의 중요한 순간에 쓴다. 이를 통해 전쟁 종식을 2년 정도 단축했다는 평가를 듣지만 이에 대한 정보를 정부에서는 함구했다.

앨런 같은 경우에도 겨우 41살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데 엄청 중요한 인물을 정부에서 죽음을 방조한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처벌하고 약물복용으로 모멸감을 안겨준다. 충분히 국가에서 보호할 수 있었는데 방치한 느낌이다. 그가 만약 계속 연구를 거듭했다면 인류역사에 좀 더 기여를 하지 않았을까한다. 영화는 질문에 대한 답을 컴퓨터와 인간이 한다고 말하며 누가 했을 것인가에 대한 다시 질문을 던진다.

여전히 인간과 같은 답을 컴퓨터는 하지 못한다. 어느 정도 질문이 적절하게 던져주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한다. 인간이라면 의례 예상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인간은 같은 답을 새롭고 참신하게 알려줄 수 있다. 이런 점이 아직까지 컴퓨터는 컴퓨터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컴퓨터가 얼마나 인간답게 대답하는가에 따라 인공지능을 매기는 게임이라 한다. 영화는 연기를 잘한다 여부보다는 내용 자체에 좀 더 집중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에니그마라는 암호를 푸는 과정보다는 앨런 튜링이라는 천재이지만 불행했던 인물에 대해 보다 집중한다. 암호를 풀었지만 그는 쓸쓸하게 주변에 어느 누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외롭게 생활한다. 심지어 그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없다 최근에 들어 사면을 받았다. 훈장도 아니고. <이미테이션 게임>은 한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측은지심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천재는 별로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듯 하다. 이런 소리를 할 필요도 없이 평범한 사람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