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차고 멋진 그녀 안시내. 밝고 환하게 웃는 사진 속 그녀의 모습들이 어찌나 눈부시고 예쁘던지. 참 부럽고 멋졌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막연한 두려움에 항상 떠나고 싶다는 말만 내뱉을 뿐, 어디론가 향할 용기를 내지 못했던 그녀 나이대의 나를 떠올렸다. 만일 그때 여행을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과는 좀더 다른 시각을 가진 삶을 살고 있을까? 다른 직업을 가지고, 다른 일들을 했었을까?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20대 청춘들의 여행 에세이를 접할때면 언제나 일찍 용기를 내보지 못했던 나를 떠올리게 된다. 결혼을 하기 전, 한참 예쁠 나이였을 때 좀더 넓은 세상을 경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들에겐 내가 하지 못했기에,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기에, 나중에 후회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기회만 되면 여행을 다녀오라는 말을 하곤 했었다. 이제는 언젠가 태어날 내 자식에게 그렇게 말하게 되겠지..?
저녁 12시가 넘은 시간. 치킨을 기다리다가 무심코 책을 집어들었다. 몇장 읽지 못하고 도착한 치킨을 배불리 먹고 소화도 시킬겸 새벽의 조용함을 즐기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원랜 다 읽고 자려던건 아니었다. 본래 무언가를 먹고 바로 자지 못하는데다, 먹고나면 보통 2시간은 소화를 시키고 자는 습관이 있었고 반정도까지만 읽고 안약 넣는 일 때문에 잔뜩 토라져있는 럭키&세븐이 기분 좀 풀어주다가 자야지.. 했었다. 그런데.. 계획은 여지없이 빗나가버렸다. 어느새 책의 마지막장을 넘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그녀의 이야기가 즐거웠다. 나였다면 실천하지 못했을 여행을 하고 있는 그녀의 여행길이 놀랍기도 했다. 그래서 책장이 휙휙 잘도 넘어갔다.
그녀의 여행은 시작부터가 놀라움이었다. 자금이 없는 상태에서 '크라우드 펀딩(자금이 없는 예술가나 사회활동가 등이 자신의 창작 프로젝트나 사회 공익 프로젝트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에게 투자를 받는 방식을 말한다.)'을 알게된 그녀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아프리카 구석구석을 솔직하게 기록한 후, 그 이야기들을 모아 책으로 내고, 책의 인세 전부를 다시 아프리카에 기부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이렇게 멋지게 성공해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깨닫는다. 꿈이 있다면,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민하고, 생각하고, 방법을 찾다보면, 전혀 없을 것 같은 길이 생겨난다는 것을 말이다. 또 세상은 노력하는 이들에겐 언제든 길을 열어준다는 것을 말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매번 핑계거리를 찾아냈고, 방법을 찾으려 하기보다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 노력도 부족했고, 용기도 부족했기에 20대때의 나는 여행을 시작할 수 없었던 거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 나의 부족함을 깨닫는다. 조용한 새벽에 만나 뜻하지 않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선사해준 아프리카 여행기였다.
고작 집이 가난하고, 키가 작고,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는 이런 저런 핑계로 꿈을 멀리했던 나였다. 그러나 꿈을 꿀 수조차 없이, 학업 대신 구걸을 해야 하는 그들의 앞에선 지독한 사치이자 치기 어린 투정일 뿐이었다. - 프롤로그 중
여행을 떠날 때 필요한 용기란 가진 것들을 내려놓고 떠나올 용기라고 했다. - P.25
참 신기한 게, 여행을 하다 만나는 대부분의 장기 한국 여행자들의 나이가 스물아홉, 서른 아니면 서른하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직장을 그만두고 떠나온다. 스물아홉, 그쯤부터 십대 이후로 묵혀 두었던 꿈틀대는 청춘이 다시 나오는 시기인가? 혹은 그쯤에 팍팍한 직장 생활이 지치기 시작하는 걸까? 참 수많은 나이대의 여행자를 만나고 이야기를해봤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또한 내가 그 나이였다면 떠나오기 어려웠을 것 같아 그들이 떠나온 이유가, 그들이 가진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올 수 있는 그 용기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시집과 장가를 가라고 구박하는 사람들이 늘고, 땀 흘려 일한 흔적이 찍혀 있는 통장을 보게 된다면 나도 그들처럼 떠나올 수 있을까? - P.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