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욤 뮈소의 12번째 이야기를 만났다. 전편 '센트럴파크'를 매우 인상깊게 읽은터라 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던 참이다. 그러던 차에 이렇게 출간이 되다니,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잔뜩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한 '지금 이 순간'. 역시나 그의 이야기답게 가독성이 매우 좋았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중반을 넘어서고 후반부에 접어 들었음에도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는 사건. 대체.. 어떻게 끝나려고 이러나 싶었다. 마지막까지 호기심을 놓치지 않는 그의 솜씨. 다만.. 이번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 갑작스럽게 느껴졌고, 결말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반전이라 할 수 있는 결말이긴 하지만 기대하고 있던 만큼의 결말에 대한 감동이나 놀라움은 없었다. '센트럴파크' 때는 너무 의외의 결말과 반전에 놀라움을 선사해줬었는데..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았던 걸까? 그럼 안되는 걸 알고 있음에도 자꾸 전편과 비교하게 된다.
24년을 단 하루만 살아가야 하는 남자. 그런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여자. 살짝 '시간여행자의 아내'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줄거리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시간여행자에 관한 소재는 대부분 매력적이라 절로 손이 가게 된다. 암튼, 여자 '리자'에게서 '사라지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게되는 '아서'는 어느날 갑자기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의 실종과 관련이 있는 등대를 유산으로 상속받게 된다. 그리고 지하실에 벽돌을 쌓아 막아둔 철문을 절대 열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보통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진다고 이런 이야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히려 더 호기심 충만해져 모험을 감행하지 않겠는가!!! 아서가 그러했다. 게다가 아서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철문 뒤에 있는 10평방미터쯤 되는 방에 감춰진 비밀이 무엇인지를 밝혀주었으면 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입으로는 하지 말라면서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건냈다는 건 은근히 떠미는게 아니고 뭐냔 말이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그의 아버지의 행동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속에 감춰진 비밀에 얽히기 싫어 본인은 뒷걸음질 쳐놓고 아들을 그 안으로 떠밀다니. 부모로서 그게 할 일인가?!
어쨌든 그 때문에 25살의 젊은 혈기를 지닌 아서는 먼저 등대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다가 깜짝 놀란다. 등대에 두 실종사건이 얽혀있었던 것! 이게 설마.. 철문 뒤 비밀의 방에 있는 무언가 때문인가? 당장 행동에 들어간 아서. 그리고.. 기어코 비밀의 방 안으로 들어선 아서는 그날로부터 24년 동안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형벌과도 같은 강제 시간여행을 겪게 된다. 1년을 단 하루만 살 수 있는 기가막힌 시간여행을 말이다. 아서가 대단한건 그 와중에 한 여자에게 폭 빠졌다는 것, 그리고 그 여자에게서 사랑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리자 또한 얼마나 굳센 여인이던가. 1년에 단 하루만 볼 수 있는 남자를 사랑하다니. 그녀를 만난 이후 아서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과제는 리자와의 사랑을 어떻게든 붙잡는 것이었다. 시간을 여행한다는 것. 참 매력적이지만, 이런 주인공을 만날때면 시간 여행이라는 것이 유쾌하지만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이 원할 때,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장소로 여행을 할 수 있는 시간여행자는 별로 없는 것 같으니 말이다. 언제 어디로 떠나게 될지, 자신이 떨어지는 장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그 두려움과 심리적 불안감은 시간 여행자를 매우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한번씩 이런 소재의 이야기를 만나면 내가 시간여행자라면 어떨지 상상해보곤 한다. 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여행할 수 있다면 더할나위없이 즐겁고 유쾌할 것 같지만, 주인공처럼 1년을 하루처럼 살아야한다거나 예측불가능한 시간여행을 해야한다면.. 그건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런 시간여행이라면 결코 반갑지 않을테니 말이다. 결말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만 꽤 흥미롭게 읽었던 소설이다. 다음 이야기는 좀더 감동과 놀라움을 느낄 수 있는 반전을 선사해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