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뒤 그는 처음으로 다시 시계를 봤다. 몇 년은 더 늙어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몬 고트란트라는 폴란드계 유대인의 진술을 읽었다.

그 증인은 SS대원 가운데 한 명이 비르케나우의 찻길에서 젊은 엄마를 무자비하게 때려 안고 있던 갓난아기를 빼앗더니

그 아기를 가지고 축구를 했노라고 진술했다.

"저 더러운 걸 이리 가져와!"하고 나치 친위대원이 그 유대인 포로에게 명령했다고 했다. -418page

책을 덮고나서 한참이 지나도 책 속 이 장면이 머리를 떠나지않았다.

사람이 어쩌면 이토록 잔인할 수 있는 것인가를 느끼게되는 구절이었다.

이 책은 시간이 흐른다고 비극적 사건, 비인간적인 행위들이 감춰질 수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다.

누구는 다시 들춰내기 싫어하겠지만 결코 잊혀져서는 안되는 일들.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일제강점기였다.

교과서에서조차 잘 다뤄지지않고 있지만 꼭 알아야할 이야기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들이 행했던 처참한 일들이 시간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용서라는 두 단어로 없어질 문제도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결코 잊어서는 안될 일이 존재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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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지만 나름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 70대 노인 호프만은 TV쇼에 출연하게 된다.

일상적인 일을 털어놓는 자리였지만 분위기때문이었는지 호프만은 60년동안 비밀로 간직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가 고향인 독일에 그동안 한번도 가지 않던 이유, 앞으로도 가지 않은 이유를 방송에서 말하게 된다.

부모님이 자신을 남겨두고 떠난 이유를 70대인 호프만이 알지 못할리는 없다.

하지만 호프만은 그 이유를 자세하게 알려하지 않았다. 단지 자신이 상처받았다는 생각에 갇혀서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호프만의 아버지가 남겼다는 서류봉투 하나를 받게 된다.

봉투 안에는 친필 악보가 들어있었는데 그 악보의 가치는 수백만 유로였고 여기저기서 출판을 하지는 제안을 받게 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저작권 계약을 하자는 제의가 들어오지만 독일에 갈 수 없는 처지인 호프만은

대리인으로 TV쇼 방송기자인 발레리를 대신 보내게 된다.

약속장소인 선상 레스토랑에서 발레리는 납치되고 다섯 명은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사건해결을 위해 강력계 팀장 마탈러가 수사를 맡는다.

초반에 호프만의 이야기가 잠깐 나오고 책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 선상 레스토랑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주를 이룬다.

사건배경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마탈러 형사가 주변탐문과 조사를 통해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다.

독일 드라마 TV 형사 마탈러 - 죽음의 악보로 방영됐다고 하는데 책을 보는 내내 드라마의 장면들을 상상하게 된다.

형사 미드물을 보는 것같은 느낌이다.

사건자체보다는 사건해결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인데 형사 마탈러는 알지못하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이미 상당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기에 추리하는 재미는 그리 쏠쏠하지 못하다.

대신 형사 마탈러의 심리상태나 주변 형사와 인물들과의 관계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어서

미드를 보는 듯한 재미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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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비밀' 악보에 숨겨진 비밀은 수사과정이 아닌 초반에서부터 독자들에게 들통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비밀 자체가 이 책에서는 크게 중요하진 않다는 것을 느끼게된다.

다루고 있는 비밀 자체가 너무도 무겁기에 자세하게 다루면 너무 어두웠을지도 모른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한편으로는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 관심없던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이 중요한 비밀을 상기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