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광고를 하지만 분명히 B급 영화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써로게이트>가 그렇다. 돈이 많이 들어갔겠지만 SF영화에서 이 정도의 비용은 적게 든 것이 아닐까 한다. 딱히 특별하게 별 다르게 비용이 투입된 곳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 배경이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현재가 아닌 특정할 수 없는 미래인 것은 분명히 확실하다.

거리에 돌아다니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이 사람이 아니다. 사람과 똑같이 만든 인조인간이 사람과 싱크로되어 움직인다. 사람이 느끼는 것을 모두 동일하게 느낀다. 원래 몸의 주체인 주인은 안전한 곳에서 있고 인조인간이 대신 돌아다니고 있어 문제가 될 일은 없다. 영화를 보며 든 의문은 도대체 밥은 어떻게 먹을 것이며 생리현상은 어떤 식으로 해결하는지다. 싱크로 하고 있는 틀을 벗으면 인조인간은 멈춘다. 그렇다면 생리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벗는 순간 인조인간은 멈추고 인간은 볼 일을 본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능하겠지만 인조인간으로 싱크로해서 움직이고 원 주인 몸을 갖고 있는 인간은 계속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데 욕창이 나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든다. 저렇게 움직임이 제한되고 없으면 결국 몸이 약해지고 바이러스에 침투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상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나 묘사가 없다. 시치미 뚝떼고 우린 몰라하면서 영화는 진행된다. 인조인간들은 하나같이 흠없이 완벽하고 우너래 인간들은 전부 후레한 모습으로 나오기는 한다만.

인조인간이 세상에 돌아다닐 정도면 상당히 발달된 과학으로 여러가지 최첨단 기계들이 나올 것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인조인간이라는 최첨단을 제외하면 현재와는 조금도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인조인간들을 가꾸고 다양하게 꾸미는 모습은 약간 언발란스하게 느껴진다. 모든 인간은 이제 직접 만나지 못한다. 서로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변하는데 이런 것은 어떻게 해결하고 서로 만나 호감을 느끼고 데이트를 하고 결혼하는 것은 어떻게 하는지 무척 궁금하다. 

이런 사회가 싫어 따로 자치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야 한다면 자신들이 직접 모든 것을 해 낸다. 갑자기 인조인간들이 죽어도 인간은 멀쩡해야 하는데 인조인간이 죽을 때 인간이 함께 죽는 사건이 생긴다. 담당형사 그리어(부르스 윌리스)는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다. 동료들마저도 특수 총에 여러 명이 사망한다. 인조인간은 인간의 못난점을 감춰준다. 못진 모습으로 보여줄 수 있어 다른 자아를 선 보일 수도 있다.

그리어 아내 매기(로자먼드 파이크)는 아들을 잃은 후 세상에 대한 자신감이 없지만 인조인간은 당당하게 세상에서 살아간다. 자신이 직접 세상에 대면할 자신은 없다. 아내역의 로자먼드 파이크는 '나를 찾아줘'로 본격적으로 알려졌는데 이 영화에서 나와 반가웠다. 이 영화에서는 주목할만한 연기나 배역이 아니라 몰랐다면 묻혀갔을 듯 하다. 그렇게 그리어는 사건을 파헤치는데 써로게이트를 만든 박사와 연관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안전하고 완벽한 세상을 꿈꿨던 박사는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써로게이트를 말살시킬 계획을 세운다. 써로 게이트로 살아가는 사람들마저 자신의 자아를 잃어버린 것과 같다고 생각하여 써로 게이트와 함께 사망시키려 한다. 그리어가 이 사실을 알고 막으려고 노력하는 영화다. <써로 게이트>는 전체적으로 밋밋하다. 특별한 액션씬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오하게 철학적인 대사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좀 이도 저도 아닌.

그러다보니 영화는 다소 싱겁게 큰 기대도 없고 흥미진지한 화면도 없이 평이하게 진행되다 끝난다. 소재와 기획은 꽤 참신했는데 이를 풀어내는데 실패했다. 그런 면에서 부르스 윌리스가 대단한게 이런 모험적인 영화에 다수 출연한다. 작품을 보는 눈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늘 작품에 대한 욕을 먹더라도 기존에 없는 모험적인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배우정신을 높이 산다. 비록 영화는 망했고 작품성도 인정받지 못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