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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겠어 "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나와 관계를 맺었던 수많은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고하는 죽음, 때문에 '내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될까?' 라는 생각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아니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긴 하겠네요. 이 영화 <나의 첫번째 장례식>과 같은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니까요. 물론 이것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로 생각 할 수 있긴 하지만 어쨌든 이 작품의 주인공 '윌'은 자신의 장례식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분장을 하고 참석합니다. 이유는 하나죠. 사람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야겠다는 것 !

40번째 생일을 맞아 '특별한 하루'를 기대했던 윌

하지만 자신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윌

< ▲ 40번째 생일을 맞은 윌, 특별한 하루를 기대했지만

그의 하루는 기분 상하게 만드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

'윌'이라는 이름 보다는 그가 탈을 쓰고 연기하는 캐릭터인 '운 나쁜 토끼'로 더 많이 기억되는 인물인 윌이 자신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 이 사건은 윌의 생일이기도 했던 어느 평범한 아침에서 시작됩니다. 40번째 생일을 맞은 윌이 기대했던 특별한 하루와 거창한 생일 파티, 하지만 그의 기대와는 달리 그 날은 계속해서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들만 연속으로 일어납니다. 게다가 윌의 기분을 한방에 바꿔줄 수 있었던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 역시 뜻하지 않게 계획이 어긋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는데 그를 알리가 없었던 윌은 그날따라 유난히 이상하게 굴던 프로그램의 PD 때문에 폭발하죠. 그렇게 주위 모두에게 실망감을 가득 느꼈던 윌은 촬영 도중에 뛰쳐나가 버리지만 설상가상 그가 운전하던 차는 도난 당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도난당한 차로 인해 '윌'은 공식적으로 죽은 사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차를 훔친 범인이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냈고, 그로 인해 완전히 불에 타 숨진채 발견됐으니까요.

가족, 친구, 친지들 앞에서 일생일대의 연기를 하게 되는 윌

그로 인해 이야기는 조금씩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 ▲ 위 사진속 윌이 이렇게 인도인 '비제이 싱'으로 변신, 자신의 장례식에 참석하죠

 가장 왼쪽에 서있는 남자가 '윌'입니다 >

물론 윌도 가족들을 생각하면 죽은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는 소외감을 느끼고 한때는 배우로서 원대한 꿈을 꾸기도 했지만 자신의 이름이 아닌 그저 '운 나쁜 토끼'로 기억되는 현실에 조금씩 의욕을 상실해가고 있었던 나이 '마흔'이었기에 그는 한번쯤은 인생을 반추하고 싶어졌습니다. 때문에 그는 '윌'이 아닌 인도인 은행가 '비제이 싱'으로 분장하고 장례식의 가족, 친구, 친지들 앞에 나타나는 일생일대의 '연기'를 하게 된 것인데 이 선택이 가져온 사건들은 조금씩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그저 다른 이들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가 궁금해서 시작한 것이었지만 그 연기가 길어지면서 '윌'을 대할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로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체감하게 된 것이었고 그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통해 윌은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즐거움에서 시작하여 자괴감까지 이르는 극과 극의 다양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그의 외면은 '비제이 싱'이란 인물을 하고 있지만 내면은 여전히 '윌'이었으니까요.

조금의 변화가 가져오는 완전히 다른 관계

< ▲ 그리고 아내와도 다시 불타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 >

그 중에서도 특히 영화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비제이 싱'으로 분장한 뒤에 다시 자신의 아내 '줄리아'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리 분장을 했어도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결혼 생활을 했던 남편을 못알아보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부분은 그냥 영화적인 설정으로 이해를 하고 이야기를 살펴보면, '윌'이었을때는 소원해졌던 아내와의 관계가 '비제이 싱'이 된 후에는 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합니다. 그가 변한 것이라곤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변화들이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킨 것이죠.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는 꽃을 아주 오랜만에 선물하고, 뜸했던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하며, 평소에는 아내에게 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랑의 속삭임을 통해 다시 예전의 좋았던 감정들을 느끼게 되는 윌과 줄리아, 이것은 비단 아내와의 관계뿐 아니라 주위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영화는 가끔은 그렇게 인생이 무료해짐을 느낄때 한번쯤은 변화를 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함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느껴지더군요.

무료한 일상을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큰 것이든지 작은 것이든지 어떠한 '계기'에서 비롯되는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 !

< ▲ 윌이 보여준 일생일대 연기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확인해보시는걸로 ?! >

아마 평범한 사람이라면 대부분 '윌'과 같은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하루 반복되는 일상속에 무료함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현실에 순응하면서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이 작품이 이야기 하듯이 그런 무료한 일상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바꿀 수 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큰 것이든지 작은 것이든지 어떠한 '계기'에서 비롯되는 '변화'로부터 시작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 작품이 설정하고 있는 '죽음'과 '재탄생'이라는 극단적인 계기가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불가능한 것이니만큼 그 계기는 각자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겠지만요. 이처럼 <나의 첫번째 장례식>은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하여 가볍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영화를 채워가지만 그 끝에는 가볍게만 여길 수 없는 제법 묵직한 메시지를 남겨주는 영화였습니다. 역시 이런 스타일의 유럽 영화들이 참 좋은 영화가 많은 것 같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