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즐기는 법이라는 것은 따로 정해진 규칙이나 제도는 없는 것으로 안다. 

돈 안내고 집안에서 IPTV나 TV링크를 통해 다운 받은 영화를 소파에 누워서 보든, 토렌트를 이용하여 불법으로 올려놓은 영화를 내려 받아 집안에서 빔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파티 하면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관에 가서 입장료 내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실감나게 3D 안경끼고 본다고 하더라도 영화라는 영상을 보는 것은 차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스크린에 붙잡힌 영상과 스크린 밖으로 펼쳐진 현실 속 이미지를 공간적으로 이어 생각하고, 시간적으로 중복된 전달의 의미를 순간으로 파악하여 나 자신만의 이미지와 스토리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느낌을 담아내면 그만인 것이다.

그렇게 영화를 볼 때 어떤 자세로 영상을 마주하던 영상 속의 보편적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관객의 입장으로 사각형의 스크린 안에 펼쳐지는 영상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공간과 감춰진 시간 속에서 감독이 전달하고자 했을 의도를 찾아 내는 것. 그래서 그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상업적인 투자의 성격을 버릴 수 없는 배경을 갖고서 미학적으로 영상을 만들어낼 때, 의미하고자 하는 것이 이것이었겠구나 하고 추측해보고, 영화를 다시 연상할 때 얻어지는 뭔가의 느낌! 

그것이 있는가 없는가는 관객 각자의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것을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것을 알아채는 데는 미학을 배우고 영상미를 배우고 영화의 기술이 어떻게 전개되고 등등의 내용은 몰라도 될 것 같다. 

전통 미술이던 현대미술이던 예술적 감각과 재능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대상을 마주할 때 느끼게 되는 그 무엇이 바로 ‘그것’일 것이며 개인적인 감각이 모두 같은 의미로 동질화될 필요도 없을 것이고 또, 현실적으로도 모두 같은 느낌을 갖는다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대의적 표상 외에는 없을 것 같다. 

예술적 표현을 하는데 있어 독창성이나 창의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와 달리 예술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더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는 표현력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자신만의 독창성이라는 개념은 얼마나 정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음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표절의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타인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고 하는 자도 있다지만 그 말은 성립되지 않는 것 같다. 그가 음악적 재능을 발견하고 전문가로 성장하기까지 그리고 표절이라는 과정을 알기까지 아무 노래도 듣지 않았을 수 없다. 다만 그는 자신만의 독창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하고 싶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긴 기간 동안 독창성이 보호받을 수 있을까? 

시간적으로 나중에 태어난 사람에게는 점점 더 독창성이라는 범위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 아닌가? 

그래서 변기를 뒤집어 걸고 말을 산채로 천장에 메달아 두며1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표현 대상을 왜곡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해야 하는 것일까? 

영화는 그런 점에서 음악이나 미술보다는 범위가 열려있는 것 아닐까 한다. 그것이 순수 예술이 아닌 상업적인 개념이 부가되어서 인지, 또는 1인 창조물이 아니고 협동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서 인지는 몰라도 대중음악보다는 확실히 포용력이 많아 보인다. 

뭐,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한다는 표현도 있지만 영화가 이야기보다는 영상을 전달하는 것에 무게가 더 있다는 관점으로 생각한다면 줄거리가 같아 보일 수는 있어도 거의 다른 영화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최근에 리메이크 된 영화들을 보더라도 전편의 이미지는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의 영화도 있으니 말이다.2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최근에 상영되었던 국내 영화 중 욕이 난무하는 범죄영화, 우주인에 대한 환상만 다를 뿐 나머지는 모두 같은 영화들 속에서 우리 정서에 맞는 웃음을 주는 영화였다고 하고 싶다. 뭔가 비밀스런 대화가 있을 법하지만 그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냥 웃음을 주는 즐거움이 있고 이런 즐거움은 “남쪽으로 튀어” 이후 두 번째로 느끼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남쪽으로 튀어”가 희망을 잃은 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같은 부류의 인간들을 조명하는 판타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우선 해적들의 배의 모습이 우리의 전통 배의 모습과 너무 다르고 오히려 ‘조니 뎁’ 이 해적으로 나왔던 영화 속의 서양의 배 모습을 많이 닮아있다. 어쨌든 출연진들의 분포를 보더라도 영화는 이미 자신의 색을 정해놓았다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한다. 

“명량”과 같은 역사에서 시작한 듯 보이지만 역사의 시간만 차용했지 나머지는 모두 픽션이라고 해야 한다. 그런데 자막은 그런 점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 요즘은 TV드라마에서도 밝히던데 말이다. 

어쨌든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쿠데타에 성공한 이성계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그와 관련된 설화의 프리즘으로 바라보면 적절하다고 할 것 같은데 그것은 아마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 이야기이다.

순전히 내가 상상에 의해 재구성해 본 그 이야기는, 성공한 쿠데타로 정권을 바로잡아 가는데 힘을 기울이던 이성계는 자신의 정권 수립에 도움이 되었던 인물들과 연회를 했단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관점을 가진 사람들로 그들과 어울리면서 소위 관점을 해탈한 중으로부터 객관적인 이야기를 듣고자 농담을 하기로 한다. 그래서 먼저 무학대사라는 중에게 한마디 한다. “너는 돼지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무학대사의 영정을 보니 그렇게는 안 생겼지만 그 말을 들은 무학은 왕에게 응답한다. “왕의 얼굴은 부처와 같다.” 이 말에 우쭐하기 전에 생각해봤어야 했는데, 왕은 게임의 룰을 버렸다고 뭐라 한다. 그러자 무학은 그 유명한 대사를 읊는다. “돼지의 눈에는 돼지로, 부처의 눈에는 부처로 보이는 법이다.” 이 선문답의 내용을 인용한 책에는 그것은 선승들의 화두의 하나로 세계는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 한쪽의 인연으로만 시비를 가릴 수는 없으므로 그 인연의 관계를 넘어야 한다는 뜻으로 되어있다, 

그렇지만 모든 세계를 대하는 개별적 인간이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남에게 미루는 일이다. 

그래서 성공한 쿠데타가 생기고 처벌에 복종하는 쿠데타 반대세력도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창작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때로는 숨기고 때로는 과장되게 나타내기도 하는 한 영화를 어떻게 보건 영화를 보고 나서 즐겁고자 했으면 즐거우면 됐고 트집잡고자 했으면 트집잡으면 될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삼자대면하는 관련인 들..  어디서 본 장면같은...캐리비언의 해적:세상의 끝에서의 장면)

영화를 어쩌면 많이 보았을 사람에게는 과거의 여러 영화들을 적절히 섞어 놓았다고 생각할 이 영화에 제일 많이 생각나는 영화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영화가 아닐까 한다. 해적영화라서 창작과 모방의 한계가 모호할 수 있지만 아마 거의 같은 생각 아닐까 한다. 

아무리 바다에 한계가 있다고 해도 장면 장면마다 데자 부처럼 오버랩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그게 전술한 표현의 범위를 말할 때의 융통성을 이해할 수 있다면 뭔 상관인가 싶다. 

본래 어드벤처 판타지 류의 영화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래서 독창성이나 창의성을, 저작권을 생각해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같은 이미지의 대상이라 하더라도 관점에 따라 충분히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이 용서되는 경우는 영화전체가 관객들에 의하여 재미로서 용서되는 경우에 한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기억나는 여러 장면 중에서 특히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는데 그 장면은 이렇다. 주인공 둘이 바다에 들어가 잠시의 상념에 젖는 동안 바닷물을 휘저으면서 서로의 흉터를 보여주며 전과를 자랑하는 장면은 “리셀 웨폰 3”에서 형사인 멜 깁슨과 감사반인 “르네 루소”가 서로의 흉터를 보여주며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똑 같다. 

(리셀 웨폰 3에서 멜깁슨과 르네 루소가 서로의 흉터를 보여주며 자랑하는...  )

이 정도가 나의 시각이라면 다른 사람에게는 남자 주연배우의 얼굴만 보였을 것이고, 다른 사람은 짜고 시린 해풍에도 습기 뽀송하게 윤이 반질반질 한 여 배우의 얼굴만 기억날 수도 있고, 박쥐처럼 줏대 없이 살았다 해야 할지 풍전세류(風前細柳)라고 시류에 따라 현명하게 살아야 했다고 할지 그것도 관점에 따라 나뉠 수 있는 배우만 기억할지는 모르겠다. 그럴 수 있다. 다 각기 자기의 관점으로 본 것뿐이니까.

(각자의 역할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는 주인공들)

아무리 600년 전이라지만 흰수염고래, 대왕고래가 동해바다가 아닌 서해바다에 와서 -(– 해적들이 밀매를 하는 본거지인 ‘벽란도’는 황해도 예성강 하류 지역에 위치에 있으며 수심이 깊었다 하니 어찌어찌 해서 그리 왔다 치면 된다. 새끼 고래일 때 홀로 모험을 떠났을 수 도 있고……) -  하필 국새가 담긴 보따리를 삼켰다는 설정에 대하여는 억지스럽다고 하겠지만 국새를 삼킨 후 다시 동해바다로 갔다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주면 된다. 왜냐하면 “자~! 떠나자 동해바다로~~”를 외쳐야 희망을 나타내는 의미로 보여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희망을 잡은 주인공이 잠자던 태조에게 나타나 국새라는 것도 상징적이며 관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선문답을 하고 사라지는 끝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명나라로 가는데 동해안으로 갈리 없고 서해안에 저 고래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받지 않는다라는 말을 역설적으로 들으면 성공하지 못한 자들에게는 처벌의 수위가 얼마일지 모른다는 것으로 볼 때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은 경계가 모호하여 성공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 그 판단을 하기가 조금 모호하기 때문에 후세에 맡겨야 한다 던지 그럴 때는, 역시 관찰자가 어디에 소속되어있는가에 따라 즉 그의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양쪽의 관점 역시 옳고 그름의 판단에서 유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유보할 필요 없다. 아까 말했듯이 “남쪽으로 튀어” 이후 처음으로 웃으며 본 영화였으니까….. 

그것으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