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4일 화 늦은 8시 동숭아트센터

무비컬은 별로 환영받지 못하는데에다가, 2~3년 된 드라마도 항상 뒷부분 결말이 흐릿한데

2000년 영화이니 14년이나 지난 내용이 뚜렷할리도 없고,

그렇다고 내용을 다시 알아보고 가는 것은 원래 백지 상태에서 보길 즐기는 성격상 맞지 않고,

게다가 평점이 아주 좋으니 기대치가 높아 더 불안하고...애써 기대치를 낮추려 노력하며 출발!

'증오'보다는 '공포'에 의한 총기난사라는 부검의의 말이 시작부터 종을 울린다.

21세기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국'의 본질적인 고민이라는 무거운 배경을 바탕으로

금기된 우정을 나누고 '비밀연애'를 하는 네 남자의 멜로드라마가,

다른 북한군의 등장이라는 영화와는 달리,

다른 초소에서 발생한 오발탄 소리에 의해 20여년간 반공교육에 의해 각인된 증오의 조건반사로,

잠재되어있던 폭력성이 드러나고 그들만의 유토피아가 무너져내린 뒤에,

죄책감과 자책으로 결국 파괴와 실패의 결말로 얼룩지는 동안,

미스테리한 상황이 세 번 반복되어지며 혼란스러운 시간이 계속된다.

또한 영화와는 달리,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르사미라는 한 이방인의 가족사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증오의 대물림이 한 인간과 가족과 사회를 넘어 국가를 어떤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우리에게 진지하게 경고하고 있다.

인터미션 빈 무대  저 빨간 박스의 정체는 뭔고??? (아마도 소품겸 마이크인 듯)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까?"

"언젠가 좋은 날이 오면 셋이 같이 길을 걸어가며~"

"우리 집에 놀러와 엄마 집밥 먹여줄게 우리 학교에 놀러와 형이라고 자랑하게"

"언젠가 우리는 서로를 죽여야 해!"

"도대체 누가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지...도대체 누가..."

"세계는 넓고 군바린 불쌍해, 세계는 넓고 누나는 너무 예쁘다"

무겁과 아프고 어둡기만 한 배경이라 해서 시종일관 우울한 것은 아니다.

지뢰를 밟고 선 수혁이 움직이는 경필과 우진의 움직임을 느끼고 "원숭이?"라고 하는 부분과

두 손 들라는 의미의 팔을 귀에 붙이라는 말에 수혁이 오리걸음할 때처럼 귀를 잡았던 행동이라든가

펜트하우스책을 보게 된 우진의 대사라든가 누나예찬송이라든가

극 중간에 관객과 사진촬영을 한다든가 돌쪽지를 던지는 장면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게 시킨다든가

심지어 남자배우들이 상의탈의하고 등장한다든가(물론 분위기는 심각했지만ㅋ) 하는

즐거운 장면도 만만찮았다.

무겁고 아프고 어둡기만 한 배경이라 해서 시종일관 우울한 것은 아니다.

우진과 수혁이 무대 양쪽 끝에 걸터 앉아 "엄마"라는 주제로 부른 이중창 마음 따뜻해진다. 

우진의 귀엽고 순수한 모습과 속정 깊은 경필의 삐딱한 말투와 행동까지도 사랑스러워진다.

 "나를 잊지마~"하며 총구를 자신에게 겨누는 수혁의 죄책감 가득했던 눈빛과 

한순간 반사적으로 저지른 행동보다 더 많은 시간 소중하게 나눴던 우정으로 용서를 비는 동시에

자신도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정작 무엇인지를 고백하는 순간과

수혁이 죽은 사실을 알지 못하면서도 그의 육체적,정신적 평화로움을 진심으로 바라던 경필이

"그 날이..그런 좋은 날이 올 수 있을까?"며 눈물 가득 고인 모습같은 순간들은

분단의 비통함에서 한 발 멀어진 세대임에도 가슴아픈 눈물을 같이 흘릴 수 있게 해준다 

스피커 정면이다. 여지가 없어 그냥 주저앉은 이 좌석은

3중창만 되어도 힘찬 라이브 밴드연주와 더불어 소리가 완전 딴딴하게 뭉쳐져 하나도 모르겠다. 

마지막 합창은 오죽하랴~~~ 한 글자도 안 들린다. ㅜㅜ  빨간조명이 많아 극적 긴장감을 키운다. 

무대 앞에 1열로 좍 늘어서 손으로, 총으로 전방을 향해 겨누는 두 번의 단체씬 인상적이다.

기회되면 무조건 첫째 페어 캐스팅을 본다는 주의라 편한 일요일아닌 화요일을 선택하길 잘했다.  

동물원이후 이정열님 오랫만인데 정~말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힘있는 노래.

약간의 섬뜩함이 잘 어울리는 이석준님 캐릭터 매치 정말 잘 된다.

역시 오랫만에 노래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고 정상윤님 짱이다.

맑고 깨끗한 어린 목소리부터 대사 정확하게 전달되는 목소리 너무 매력적이다. 기대되는 배우~!

임철수님의 우진은 완벽하다. 군인들이라 가벼운 몸놀림에 절도있는 안무와 움직임이

근래 보기드물게 좋았다. 심심하고 밋밋한 단체군무보다는 역동적이고 긴장감느껴지는 구성이

전체 극에 잘 어울린다. 이럴수가! 뮤지컬인데..2부 시작하자마자 1부 요약장면을 연출하다니.

요즘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시간구성법이다.

두 사건이 교차되며 현재와 과거를 왕복한다.

딱딱한 대사,행동이 많은 것과 더불어 극 전체를 거칠게 만든다.

달리 보면 그 덕에 긴장감이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된 듯도 싶지만.

머리가 나빠서인지 성식의 존재를 숨기던 수혁이 17번째 총알이 등장하는 2부에서는

왜 성식이 한 일처럼 두번째로 사건을 재연하는가와

(그만큼 수혁이 불안하면서도 혼미한 정신상태에 대한 언급이 충분치 않았기에),

베르사미가 사건을 통해 아버지를 이해하고

관객에게 '누가' 총을 쏘았는가보다 '왜' 총을 쏘았는가라는 화두를

확실하게 던지는가에 대한 부분은 뭔가 확실히 와닿지 않는다.

2~3장면 정도는 오히려 앙상블의 존재가 산만해 보이기도...

4.5가 있다면 별점은 4.5. 여러 번 보실 분은 형제애 카드를!

 형제애 카드^^

내가 이런데 하물며 다음 세대가 이런 극을 보며 눈물 흘릴 수 있을까?

일본은 망언을 대물림하고 우리는 또  일본에 대해 거의 무조건적인 증오를 대물림하듯,

남의 나라가 아닌 같은 민족끼리 서로 대물림되어져 온 뿌리 깊은 적대감과 조건반사적인 배척은

통일이 되고 난 뒤에도 민족이 시간과 함께 조심스레 안고 가야할 숙명적인 과제일 것을

극을 통해 다시 새김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우리 한민족에겐 당연히 대박인 것!

아직도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민족!

밀당하며 사건의 진실과 시기를 가지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서로 물고 뜯는 일은 제발 그치고,

도돌이표처럼 돌아가지 말고, 맑은 장조로 마무리되는 끝을 향해 힘차게 나가기만 할

그런 좋은 날이 빨리 오기를~! 혼란스러운 시간의 대물림은 끝내기를!!

​

​*단지에게*

지나고 나서, 왜 그랬을까라든가 정확하게 그리하려했던 의도가 아니었는데..하는 일들은

이런 거창하고 엄청난 일이 아니라도 우리 삶의 도처에 도사리고 있단다.

무조건적으로 교육되어진 어떤 의식이나 사고들이 그래서 무섭다는 것이겠지.

그것은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쓰일 수 있는데

통일이 된다면 그런 에너지를 좋은 쪽으로 몰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거야.

개인에게는 꾸준히 일기를 쓴다든가 책을 읽고 사색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이 하는 일을 알고 하도록 스스로를 교육시키는 것이

그나마 외부환경으로부터 무의식적으로 교육당할 수 있는 상황을 극복하는 길이 아닐까?

​

주최:우란문화재단 / 제작:Cens / 연출:최성신 / 원작:박상연DMZ / 곡:맹성연

작/작사:이희준 / 음.감:변희석 / 안무:김준태

출연:이정열(지그 베르사미), 정상윤(김수혁상병), 이석준(오경필상등병), 이기섭

        (남성식일병), 임철수(정우진전사), 전범준,박종원,장웅희,최기언,이윤성,

        문남권, 이종원,송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