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니, 시작이지.. 모든 것의 시작.. "

구약성서의 '창세기' 6~8장에 나와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는 성서에 익숙하지 않은 저 같은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데 노아의 방주가 실존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발견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 진위가 확인되진 않았죠. <노아>는 바로 그 유명한 창세기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 영화로 <블랙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연출작인데 이 작품을 IMAX로 보고 왔습니다.

볼거리 풍성한 '판타지 블록버스터'였던 전반부의 이야기

< ▲ 꿈을 통해 창조주의 계시를 받은 노아는 다가올 대홍수에 대비하여 방주를 건설합니다 >

140여분의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전반부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노아가 꿈을 통해 '창조주'의 계시를 받고 그의 할아버지 '므두셀라'를 찾아가 그 계시의 뜻을 이해한 뒤 다가오는 대홍수에 대비하여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고 있는데 <브루스 올마이티> 같은 영화에서는 창세기에 나와있는 대로 노아와 그의 아이들만이 방주를 건설하지만 이 작품에는 새로운 조력자가(?)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바로 '감시자'라고 불리는 거인이 그들로, 처음에는 '인간'을 극도로 증오했던 이들이었지만 노아의 진심을 알아보고 그를 돕게 되죠. 또한 여기에 노아의 정적으로 '카인'의 후손인 두발 가인도 등장하면서 노아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건설이 완료된 방주에 탑승하는 수 많은 동물들의 행렬에서부터 방주를 공격하는 두발 가인 군대와 감시자들의 싸움, 그리고 시작되는 대홍수까지 전반부는 풍성한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기도 했죠.

재해석된 창세기, 방주속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들이 영화의 핵심

< ▲ 영화 전반부의 하이라이트, 대홍수의 시작과 감시자와 두발 가인의 싸움 >

개인적으로 따로 종교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종교와 관련된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글을 쓰는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이번 작품 <노아>도 '노아의 방주'라는 아주 단편적인 부분만 알고 있는 상태로 감상을 했는데 영화를 보고나니 '창세기'를 대략적으로나마 훑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영화와 관련된 부분을 살펴봤더니 영화와 창세기의 내용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부분도 많이 있었습니다. 그 자세한 비교가 되어 있는 좋은 리뷰는 이웃 '발없는새' 님의 글(http://blog.naver.com/nofeetbird/30187320549)을 보시면 될 것 같고, 가장 큰 차이는 그 방주 속의 이야기들이 아니었나 싶은데 그렇게까지 긴 시간 공을 들여서 드라마로 풀어냈던 이유는 그게 바로 영화를 통해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이자 감독의 목소리였으며 그런 재해석이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분들도 많은 것이었더군요.

방주 속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대립, '인간은 모두 타락했다 vs 희망은 주어져야 한다'

< ▲ 노아의 할아버지인 '므두셀라'는 '일라'에게서 희망을 본 것 같았던 ! >

방주 속에서 벌어지는 대립은 노아와 그의 가족 그리고 몰래 방주에 탑승한 두발 가인 사이의 일입니다. 너무나도 신실한 창조주의 대리인이었던 노아는 창조주의 징벌이 '모든 인간'에게 가해진 것이므로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들 모두 그 징벌을 피해가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그의 아내 '나메'를 비롯해서 첫째 아들 '샘'과 둘째 '함', 그리고 막내 '일라'의 생각은 '인간에게도 희망은 주어져야 한다. 우리와 우리의 아이들이 그 희망이 될 것이다'였고 때문에 노아가 말하는 '정의'와 충돌합니다. 하지만 '카인'이 동생 '아벨'을 죽인 뒤 영원한 저주를 받은 이후 인간은 모두 타락했고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것만이 유일한 구원의 길이자 창조주의 의지라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노아는 점점 가족과 이성과 신념의 충돌속에서 근원적인 고뇌를 느끼는데 여기에 '인간은 가장 위대한 존재'라고 말하면서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해 역설하던 '두발 가인'의 이야기가 더해지고 둘째 아들 '함'은 그 상황속에서  혼란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갈등이 극을 향해 치달아갈때쯤 '산딸기'로 형상화 되고 있었던 므두셀라의 '희망'이 일라에 의해 세상에 탄생하게 되죠. 과연 노아의 선택은?

우리는 '아담'과 '카인' 그 사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 ▲ 현재 우리의 모습은 바로 이 '두발 가인'을 닮아있지 않을까.. >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류를 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자연을 파괴해가면서 자연과의 공존을 택하지 않는 '두발 가인' 같은 삶을 산다면 결국은 보금자리를 잃고 황폐한 땅을 떠돌던 '카인'이 될 수도 있음을 말이죠. 그리고 감독의 이런 의중이 투영된 캐릭터가 '함'이 아니었나 싶은데, 너무나도 외로웠고 짝을 그리워했던 그의 처음 모습은 '에덴 동산의 아담'과 같았지만 방주를 거치면서 두발 가인에 의해 '카인'에게도 가까워 집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어디에서도 완전한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먼길을 떠나게 되는데 지금 우리 역시 '아담'과 '카인' 그 사이 어딘가겠죠? 때문에 감독이 말하는 이런 경고의 이야기들을 결코 허투루 볼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했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시한 '언약의 무지개'로 가기 위한 길은 결코 거창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 무엇보다 고귀하면서도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그것, 바로 '사랑'이었으니까요

단순히 스케일 큰 '재난 블록버스터'로 생각하고 가신다면 큰 오산 !

< ▲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역시 헐리우드 상업영화 감독이 아니네요. 다만 좀 지루함이 느껴지긴 했던.. >

이처럼 <노아>는 구약 성서의 창세기 이야기를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재해석했는데 그 때문에 이 영화를 탐탁치 않게 보는 시선이 많은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전 이 영화가 크게 종교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만큼은 나쁘지 않았는데 다만 후반부의 이야기가 너무도 정적이고 긴시간 동안 그려졌기 때문에 살짝 지루함을 느끼게 되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이런 점 때문에 이 영화를 그저 단순하게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 정도로 생각하고 보신다면 분명 당황하시게 될 것 같기도 했었는데 그래도 러셀 크로우를 비롯해서 제니퍼 코넬리, 엠마 왓슨, 로건 레먼등의 좋은 배우들이 보여준 좋은 연기와 그 이야기만큼은 분명 의미가 있었던 구약성서 창세기의 재해석 <노아>였습니다.